Netflix '미드나잇 아시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드나잇 아시아>는 '아시아 밤문화의 낭만'을 담아보자는 명백한 목표 하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각각의 회차로 구성된 도쿄, 서울, 뭄바이, 방콕 등 아시아 6개 도시는 독특한 야식과 칵테일, 클럽, 극단 등 밤의 쾌락으로 가득하며, 활기 넘치는 사람들은 각자의 꿈을 어떠한 제약도 없이 이루어 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낭만 요소들은 'Eat, Dance, Dream'이라는 서브 타이틀로 요약되어, 결과적으로 이 개성 넘치는 도시들의 밤문화는 일정 수준의 동질함을 갖추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드나잇 아시아>는 도쿄, 서울, 뭄바이, 방콕, 타이페이, 마닐라를 '하나의 아시아'가 아닌 고유의 개성을 지닌 공간으로서 구현하는데 성공해낸다. 각 회차의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그 도시의 밤문화를 규정하는 특정 단어들을 통해 그 도시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시청자에게 각인시킨다. 가령, 오프닝 내레이션에 따르면 도쿄의 밤은 '낮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는 시간',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다이내믹한 공간', 방콕은 '창의성, 에너지가 분출되는 공간', 그리고 타이페이는 '전통과 국제가 공존하는 자유로운 공간' 등으로 규정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정체성은 곧 해당 도시만이 가진 낭만의 '근거'가 되어, 각각의 도시는 비록 'Eat, Dance, Dream'라는 틀 안에 있으나 서로 다른 낭만을 갖고 있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도시를 규정하는 언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각 회차의 오프닝 시퀀스에는 그 도시의 작가, 문화 평론가 등 현지의 전문가가 등장하여 자신의 도시를 설명한다. 다시 말해, '외부'의 전문가 (연출자인 Joe Evans가 속한 서구의 아시아학 연구자, 서구의 지역학 연구자)가 아니라 '내부'의 전문가에 의하여 해당 도시가 규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서구의 시선에서 아시아를 환상적이고 그려낸다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도이나, 논리의 객관성 면에서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미드나잇 아시아>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참신한 방안을 고안했다. 바로 네이티브 연구자 뿐만 아니라 영어가 유창하고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현지 연구자들을 동원하여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내부에 위치해 있지만, 외부의 시선에서 내부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네이티브 연구자에 비해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에 더해 <미드나잇 아시아>는 매 회차마다 인터뷰이로 'TCK', 즉 2개 이상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란 이들을 등장시켰다.
매 회차에는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인 러너, 일본-브라질 혼혈 바텐더, 미네소타에서 자란 대만인 드랙킹, 태국 바텐더 등 외부에서 지내다가 아시아로 넘어와 서울, 도쿄, 타이페이, 방콕에 정착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예 외부자의 신분으로 정착하였기에 현지인에 비해 더욱 객관적인 증언을 들려줄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해당 도시의 낭만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을 캐스팅한 것이다.
아쉬운 점도 당연히 존재한다. 물론 철저하게 도시의 낭만을 담아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어쩔 수 없으나, 특히 서울시민으로서 실감하는 워킹푸어, 환경오염, 젠트리피케이션 등 서울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전혀 다루지 않고 오로지 긍정적인 면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드나잇 아시아>는 외부의 시선에서 아시아를 바라볼 때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들을 영리하게 차단하고 현지의 목소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아내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에 성공해냈다. '외부'의 시청자를 매혹시키는 동시에 '내부'의 시청자들 또한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렇게나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