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가 있지만 엘렘 클리모프 감독의 러시아 영화 '컴 앤 씨'만큼 충격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전하고 있는 영화를 찾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단순하게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소련의 백러시아 지역에서 실제로 자행된 민간 학살 사건을 다루었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이 영화가 지닌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에너지는 다큐 필름이 아닌 논픽션 드라마이면서도 플롯이랄 것도 없이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상을 지독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943년, 나치군이 소련의 백러시아 지역을 침공하고, 14살의 소년 플로리야(알렉세이 크라브첸코 扮)는 항독 빨치산이 되어 집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전투부대에 배속되지만 어린 나이로 보충대에 편입되어 전장으로 가지 않고 숲 속의 빨치산 캠프에 남게 된다. 그러나 전후방이 따로 없는 현실 속에서 캠프는 폭격을 당하고, 폭격에 뒤이은 독일 공수부대의 침투까지 겹쳐 캠프는 쑥대밭이 되고 만다. 이에 플로리야는 빨치산에서 알게 된 소녀 글라샤(올가 미로노바 扮)와 함께 아무것도 남지 않은 캠프를 떠나 자신이 살던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글라샤와 함께 자신의 집을 찾아가지만 집에는 플로리야의 어머니도, 그의 쌍둥이 두 여동생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남아있는 수프의 온기가 가시지 않은 사실에 플로리야는 그의 가족의 행선지를 찾아 늪을 향해 나선다. 이때 플로리야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글라샤는 가던 중에 어느 집의 벽에 쌓아놓은 듯 차곡차곡 모아놓은 마을 사람들의 사체를 발견하지만 플로리야에게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가족을 찾아 늪으로 향한 플로리야의 모습은 차라리 공포에 가깝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전편에 걸쳐 영화의 시점은 플로리야의 공포에 찬 시선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공포는 시점 숏뿐만 아니라 포탄의 굉음에 의해 기능을 잃어버린 청력이 주는 공허한 울림을 통해서도 관객에게 전달된다.
텅 빈 마을을 떠나 잠시 동료 빨치산 무리에 합류했다 다시 혼자가 된 플로리야는 나치를 피해 어느 마을로 들어가지만 그 마을은 이미 나치에 의해 점령된 마을이다.
점령군 나치는 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집에서 나와 집결하라는 확성기 방송을 내보낸다. 플로리야는 그것이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와 같이 나치가 마을 사람들을 모아 학살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불가항력으로 마을의 큰 헛간 속에 마을 사람 전체가 갇히게 된다.
그리고 나치는 건장한 남자만 높이 난 창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라고 한다. 공포에 질린 플로리야는 기를 쓰고 창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고, 나치군은 공포에 질린 플로리야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서는 기념 촬영을 한다.
이어 나치는 마을 사람들이 갇힌 헛간에 불을 지르고 이를 바라보는 플로리야의 공포는 헛간 속에서 들리는 아비규환의 울부짖음과 함께 시퀀스가 롱 테이크로 처리되면서 관객이 느끼는 잔혹함을 생생한 것으로 만든다.
가까스로 그 마을에서의 학살을 피한 플로리야는 마을을 떠나는 나치군을 격퇴한 빨치산의 마을 진입을 맞게 되고(사실 이 부분은 아무런 전개 없이 급작스럽게 맞게 되는 상황의 반전이라 이 영화에서 발견하는 유일한 아쉬움이다), 포로로 잡힌 나치의 SS 장교를 비롯한 포로들에 대한 보복에 가담한다.
마을에서의 참상을 모두 경험한 플로리야는 진정한 빨치산 대원이 되어 전선으로 향한다. 이때 물 웅덩이에 버려진 나치 홍보 포스터 속 히틀러의 초상을 보고 플로리야는 히틀러의 사진 속 얼굴을 향해 한 발, 한 발씩 총을 쏘아댄다.
이 마지막 시퀀스는 플로리야의 공포를 넘어선 분노가 결집된 것으로 화면은 한 발씩 탄환이 발사될 때마다 기록 영상 속의 히틀러의 모습과 사진이 흑백으로 보인다. 그러다 히틀러의 어린아이적 사진이 보이면서 총격이 멈춘다. 이는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 영화가 지독할 만큼 전쟁의 참상을 소년의 시선을 통해 기록하듯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으로 찢기고 상실된 순수한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아니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 마지막 시퀀스에서 흐르는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눈물의 날(La Crimosa)'이 이처럼 가슴을 아프게 울리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없다.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말한다. "나는 인간이 저지르는 악행을 이보다 더 가차 없이 묘사하는 영화는 거의 보지 못했다"라고.
이 영화가 가진 호소력은 이와 같은 리얼한 묘사와 함께 순간순간 관객의 판단을 끌어내는 상징적인 영상이 잘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얼핏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사실성과 상징성이 어우러져서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 후 암전이이루어지면서 "나치는 백러시아의 마을 628곳을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함께 불태웠다"라는 자막이 등장하여 이 영화의 잔혹한 참상이 사실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록보다는 14살의 어린 소년이었던, 그러나 전쟁통에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늙어 버린 플로리야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전쟁의 참상을 확실하게 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가 뛰어난 이유는 흔한 전쟁 영웅도 이 영화에는 없고, 감상적인 휴머니즘에 대한 호소도 없이, 오직 전쟁에는 잔혹한 살상과 희생만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아다모비치는 어린 시절에 실제로 백러시아에서 나치에 의해 자행된 만행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인 'Come And See'는 신약성경의 요한계시록에서 따온 것임을 밝혀 둔다.
"그 어린 양이 넷째 봉인을 뗄 때에, 나는 이 넷째 생물이 "오너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보니, 청황색 말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위에 탄 사람의 이름은 '사망'이고, 지옥이 그를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칼과 기근과 죽음과 들짐승으로써 사분의 일에 이르는 땅의 주민들을 멸하는 권세를 받아 가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