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by 밤과 꿈

오늘부터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귀성의 발걸음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군요.

해마다 명절이 되면 동시에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신기한 현상에 대하여 외국인이 볼 때 이는 한국인의 DNA가 이끄는 귀소 본능처럼 여겨질 법도 한 것입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내면화되고 체질화되어온 우리의 문화가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잠시 중단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잠시 우리에게 고향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단순하게 부모님께서 계시는 곳, 혹은 부모님께서 잠들어 계신 선산이 있다고 해서 고향이 우리에게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향을 자신의 혈육과 연관된 뿌리로 해석하면 고향은 어느 누구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래전 20대 시절에 혼자서 전라남도 해안을 따라 한 달간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홍도에서 목격한 것이지만 이제 막 청소년기를 벗어나는 나이로 보이는 친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거칠게 대거리를 하면서 "확 홍도를 떠날겨......"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홍도라는 작은 섬이 답답해서 대처로 나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본인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냥 섬을 떠나 육지로 가면 될 터이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에는 어머니의 존재가 밟혀서 일 것입니다. 말로는 어머니를 협박하듯이 섬을 떠나겠노라고 말하지만 그 말은 내심으로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섬을 떠날 수 없는 자신을 향한 자학일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가 결국 홍도를 떠났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섬을 떠났던 남았던 홍도라는 고향은 그 친구에게 끝끝내 족쇄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섬을 떠났어도 섬에 남겨둔 어머니의 존재는 마음속 생채기로 남았겠지요.

제가 홍도를 들어가기 전 흑산도에서는 이런 풍경도 보았습니다. 1980년대에 제가 본 흑산도는 어업전진기지로서 어선의 출입이 활발하고, 해군기지가 있어 홍도와는 달리 활기로 넘쳐 있었습니다. 그만큼 섬에서는 돈이 잘 돌아 한때 작부라고 낮추어 부르던 아가씨들이 술을 따르는 술집이 유독 많았던 기억입니다. 그 여자들의 처지가 도시의 유흥가를 돌고 돌다가 빚에 쫓겨 낯선 섬으로 팔려온 경우로서 섬은 그녀들에겐 인생 막장이었던 셈입니다. 그 여자들은 저녁이 되어 술과 웃음을 팔기 이전에 해거름이면 하나 둘 포구로 나와 추운 날 해바라기를 하듯 육지인 목포 방향을 향해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주된 일과였습니다. 소설가 문순태의 '흑산도 갈매기'라는 소설이 생각납니다. 흑산도의 술집 작부가 몰래 섬을 벗어나 육지로 탈출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실제로 빚을 지고 있는 술집 여자가 흑산도를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섬을 벗어나는 것이 단 하나의 바닷길뿐이어서 미리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목포항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라는 노래도 생각나네요.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라는 노래가......

흑산도의 슬픈 여자들이 육지를 바라는 것에 대하여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여자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지금의 막장이 아닌, 꿈도 많았던 지난날의 따뜻했던 기억이 저당 잡혀 있는 곳이 바로 육지가 아닐까, 지금은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그 기억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이 육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고향은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의 궤적이 남아있는 곳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날의 기억이 반드시 좋은 것일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모습을 한 삶의 궤적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자양분이기에 그립고 소중한 것이겠지요. 고향은 곧 자신의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명의 뛰어난 재즈 연주가인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Pat Metheny)와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은 모두 미주리 주 출신으로 이들 동향의 연주가들이 마음을 모아 'Beyond The Missouri Sky'라는 멋진 재즈 음반을 내놓았습니다.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던 팻 메스니에게 찰리 헤이든이 "우리가 너의 가족이 되어 주겠다"라고 제안을 한 후 이 음반을 구상했다는 일화가 있는 음반입니다.

원래는 CD로만 발매된 음반이지만 우리나라에서 LP로 제작해 아날로그의 음색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반 재킷에 디자인된 미주리의 풍경 사진이 고향을 생각하는 두 연주가들의 마음이 담긴 음악을 닮았습니다.

그중에서 이들이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재즈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의 테마를 실황 영상으로 올립니다.

마침 영화 '시네마 천국' 또한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토토와 고향의 작은 극장 영사 기사 알프레도의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 이야기군요. 영화의 후반부는 고향을 찾은 토토의 감회가 주된 내용이지요. 영화 '시네마 천국'의 엔딩 신도 함께 올립니다.



https://youtu.be/vdrimMyF6pY

https://youtu.be/oQHkTCq5e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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