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노동자의 애환을 노래하다

-Ian & Sylvia의 'Four Strong Winds'

by 밤과 꿈

누가 우리나라의 단편 소설 중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최고라는 작품을 꼽으라고 물어온다면 물론 결정이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얼핏 떠올려지는 소설로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이 있습니다. 또한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와 '장마'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그리고 오정희의 섬세하고 수려한 문장은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작품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오정희가 단편 소설에서 보여준 문체 미학은 소설 쓰기의 모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가장 먼저 떠올린 '무진기행'과 '삼포 가는 길'을 생각해보니 두 작품이 모두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 스토리의 소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영화도 '이지 라이더'와 '델마와 루이스'와 같은 로드 무비를 유독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하게 여행을 좋아한다거나 역마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릴 때 하도 집안에 틀어박혀 살아 어머니께서 제발 나가서 놀아라고 했을 정도로 지금도 생활 반경이 좁은 편입니다.

길과 연관된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굳이 대자면 소설 '무진기행', '삼포 가는 길'이나 '이지 라이더', '델마와 루이스'와 같은 영화에서 길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내가 이런 과정에 흥미가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소설 '무진기행'의 주인공 윤희중이나 '삼포 가는 길'의 영달, 백화, 정 씨 모두 삶의 무게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의문을 가지고 계속 길을 떠납니다. 삶의 해답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삶의 여정을 계속하는 한 삶은 내일을 향해 열려 있겠지요.

그러나 진정한 미국의 모습을 찾아 길을 떠난 캡틴 아메리카와 빌리가 끝내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것처럼,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심리적 속박과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범죄 행각을 일삼다 길이 끝난 자리에서 스스로 삶을 던져 버린 것처럼 삶은 내일이 없이 닫히게 될 날이 있겠지요.

비록 우리의 삶이 애환이 점철된 것일지라도 아직 삶이 내일을 향해 열려있는 한 삶이란 길 위에서 여정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일 수도 있겠습니다.


캐나다의 포크 듀오 이언과 실비아(Ian & Sylvia)가 1964년에 발표한 노래 'Four Strong Winds'는 일자리를 찾아 곳곳을 떠도는 노동자의 애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듀오의 남자 멤버인 이언 타이슨(Ian Tyson)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의 제목 '사방에서 부는 강한 바람'은 삶에 지친 떠돌이 노동자의 생계를 위한 힘겨운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에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Hobo's Lullaby(방랑자의 자장가)'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만 노래조차 삶의 여정이 담긴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1978년에 역시 캐나다 출신의 가수인 닐 영(Neil Young)이 불러 우리에게 더 친숙한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삶이 힘겹지만 머물 수 없는 노동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vanguard records 국내 출반(1986년 제작)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mBiLKTmRq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