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범 교수가 쓴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는 수필이 있었습니다. 1974년에 같은 제목의 수필집이 출간되어 꽤 널리 읽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나 자신은 이 수필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학 친구 중에서 이 수필을 너무 좋아했던 이가 있어 이 수필의 제목을 자주 들었던 것이 여태 기억에 남아있을 따름입니다. 친구에게서 이 수필이 언급될 때마다 먼저 드는 생각은 왜 놓친 열차는 아름다워야 하는가 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수필의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도 알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수필의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감상적인 분위기가 당시 사회과학과 역사 서적을 열심히 탐독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영 마뜩잖게 생각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떠나보낸 여자에 대하여 아름다운 기억 만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 여자들은 떠나간 남자에 대하여 좋은 기억 만을 간직할 수 있을는지. 이런 감상적인 사고는 이별의 아픔에 대하여 스스로를 위한 위로에 불과한 것은 아닐는지.
그러나 나 또한 첫사랑의 아픔을 겪고 난 뒤에 깨닫게 된 것은 지나간 사랑에 대하여 좋은 기억 만을 간직하는 것이두고두고 마음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좀 더 살아보니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그 사랑에는 생활이라는 현실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현실을 배제한 사랑이니만큼 순수한 사랑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아무리 첫사랑이라도 결혼으로 이루어져 현실과 결부되면 그 순수함은 빛을 잃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프랑스의 샹송 가수 마조리 노엘(Marjorie Noel)이 부른 '사랑은 기차를 타고(Dans Le Meme Wagon)'라는 노래를 소개합니다.
1965년에 발표된 노래로 상당히 오래된 것이지만 중장년의 연배에 이른 사람이라면 친숙하게 느껴지는 노래일 것입니다.그 이유는 이 노래가 1960년대에 활동했던 케리부룩이라는 여성 듀오에 의해 번안되어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원곡의 제목이 '같은 차를 타고'이지만 번안된 제목인 '사랑은 기차를 타고'가 워낙 좋아 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오래된 노래이지만 경쾌한 선율이 언제 들어도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어제 오랜만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으로 받는 햇살이 너무 좋았습니다. 문득 이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기차(열차)를 매개로 서정범 교수의 수필까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