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봄이 성급하다 싶을 만큼 빨리 시작되고 있습니다. 버드나무 가지에 잔뜩 물이 오른 것은 물론 지난 일요일에는 차창 밖으로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지인이 서울 남산에서 찍어 보낸 개나리꽃의 모습이 앙증맞기도 합니다. 머지않아 흐드러지게 피어날 개나리꽃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세상의 모든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향기를 뿜어내는 것은 모두 수정을 통한 번식을 위한 것입니다. 나름 식물들이 나누는 사랑의 방식인 게지요.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봄에 꽃이 피듯이 청춘 남녀들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감정이 본능적으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찬란한 청춘의 시간을 이미 지나쳐온 사람들이라면 지나간 청춘의 때를 반추하면서 첫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기도 할 것입니다. 서툴러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첫사랑의 시간 속으로.
'You Don't Know Me'라는 미국 노래는 서툴러서 마음이 아프고, 서툴러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첫사랑의 감정을 잘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 노래를 흑인 소울 가수 레이 차알스(Ray Charles)의 노래가 원곡인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는 컨트리 가수 에디 아놀드(Eddy Arnold)가 1955년에 처음 불렀던 노래입니다.
당신은 내게 손을 건네며
"안녕"이라고 말하죠
난 심장이 너무 뛰어
말조차 못 할 지경이랍니다
누구든지 알 수 있지요
당신은 날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은 나를 몰라요
당신은 결코 알 수 없어요
날마다 당신을 그리워하고
당신의 입맞춤을 갈망하며
당신과 함께 하기를
꿈꾸는 한 사람을
난, 그저 당신의 친구인걸요
우린 그게 다였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날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랑의 기술 따위는 몰라
그래서 당신을 향한 내 사랑 때문에
내 마음은 아프답니다
두렵고 부끄러워 기회를 놓쳤지요
나처럼 당신도 사랑을 느낄지 모르는
당신은 손을 내밀고서는
작별 인사를 하네요
당신이 운 좋은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걸 지켜봅니다
당신은 결코 모를 거예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당신은 나를 몰라요
짝사랑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시간은 당사자에게는 고뇌로 가득 찬 번민의 시간이고, 이를 지켜보는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시간일 것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레이 차알스의 노래는 젊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애걸복걸 구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금 불편합니다.
가장 호소력 있게 부른 제리 베일(Jerry Vale)의 멋진 노래도 좋지만 에디 아놀드의 담담한 노래가 좋습니다. 에디 아놀드의 노래는 격정은 없지만 마치 여자의 가까이에서 변치 않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깊은 배려를 느끼게 합니다. 사랑이란 일방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접근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오히려 여자는 한 발짝 물러서곤 합니다. 결국 여자의 곁에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열정 가득한 청춘에게 기대하기에는 쉽지 않은 접근법입니다. 그래서 젊음은 사랑에 서툴러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든가 봅니다. 그리고 내가 에디 아놀드의 담담한 노래를 좋아하는 까닭도 내가 번민으로 가득했던 청춘의 시간을 이미 지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