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단상을 이끄는 노래

- Jim Croce의 'Time in A Bottle'

by 밤과 꿈

1970년대에 나와 우리에게 친숙한 'Time In A Bottle'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짐 크로치(Jim Croce)라는 가수가 부른 이 노래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았던 것은 대중적인 노래로서는 사뭇 철학적인 가사가 우리의 감성과 잘 맞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유리병에 시간을 담을 수 있다면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오랜 시간 동안 하루하루를 담아

당신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영원히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면

그렇게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모아

당신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알기에는

시간이 충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충분히 생각했답니다, 당신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면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가 있어도

그 상자는 빈 채, 당신이 남긴

추억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알기에는

시간이 충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충분히 생각했답니다, 당신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짐 크로치가 1974년에 발표한 노래입니다만 짐 크로치가 1973년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으니 사후에 발표된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노래는 짐 크로치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기 직전에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던 노래로 결국 이 노래의 내용처럼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담아 두지 못한 채 스스로가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셈입니다.

무상한 시간의 흐름은 인간 생존의 조건으로 극복이 불가능한 주제입니다. 짐 크로치의 노래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머물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종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욕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극복하고 영생을 꿈꾸는 것, 모든 종교가 가지고 있는 욕망도 시간의 문제입니다만 종교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알기에 이 문제를 내세라는 다른 차원을 설정함으로써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한한 시간과 공간은 물리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 물리학의 관점으로 볼 때 모든 물리적 사건은 유한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만 물리학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계는 x, y, z의 입체적인 공간 좌표와 t라는 시간 좌표로 이루어진 4개의 차원, 즉 4차원의 시공간(time-space) 속에서 구현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현재 2021년이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시간이나 공간이라는 개념도 추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공간은 137억 년 전 빅 뱅이라고 부르는 대폭발에 의해 한점(0차원)으로부터 형성되었다는 것이 물리학의 정설입니다. 이것이 우주의 기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관찰에 의해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우주에 속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주의 경계면 너머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시공간에 갇힌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공간이라는 개념도 우리가 인식 가능한 물리적 현상계를 이해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몇 년 전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책이 국내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양자 중력이라는 첨단의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시간의 개념에 관한 책으로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우주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간단치 않은 내용입니다만 또 다른 양자 중력 이론의 권위자인 리 스몰린이 쓴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에서 말한 "우주는 사물이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명제를 떠올릴 때 좀 더 이해하기에 쉽습니다. 그 말은 우리가 우주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주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말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바꿀 때 좀 더 정확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모든 물리학적 개념이 우리가 인식 가능한 방법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니까요. 우주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양자 중력이나 초끈 이론과 같은 현대 물리학의 방법론도 언젠가는 허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현대 물리학이 알려 주는 것처럼 우리의 과거 또한 추억으로 남은 시간의 파편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현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흘러간 첫사랑의 시간 또한 지금도 생생한 시간으로 인식한다면,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육신의 노쇠와 함께 저무는 것이 아닌, 변치 않는 열정과 이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오래된 노래 한곡에서 이런 생각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즐겁기만 합니다.





국내 k-tel records에서 나온 라이센스 음반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44uZ9Rouf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