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추억은 아름다운 것

- Brothers Four의 'Try To Remember'

by 밤과 꿈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정현종 시인의 시 '견딜 수 없네'의 전문입니다. 지난 2001년 제1회 미당문학상의 수상작이기도 한 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충격이라면 좀 과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이 시가 보여주는 언어의 탄력이랄까, 행간에서 감지되는 역동적인 힘의 포착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의 행간이 만들어내는 출렁거림이 흉내내기 어려운 시인 만의 리듬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미당문학상 수상 작품집'에서 받은 이 시에 대한 인상 그대로 시와 시학사에서 출간된 시인의 시집 '견딜 수 없네'를 차에 가지고 다니면서 거듭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집이 낡아서 이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재출간한 시집을 한번 더 구입했을 만큼 이 시를 비롯한 시집 속의 시들을 좋아합니다. 지금 다시 읽어도 이 시의 큰 울림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인생에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은 우리를 복잡한 감정에 노출시키고는 합니다. 젊음이 늙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어제 함께 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나갑니다. 이런 시간의 흐름을 세월이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던가요. 이 말에 동의한다면 흐르는 세월이 남긴 기억은 아름다움조차도 지금은 모두가 상처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러나 아픔이 싫어 그 기억을 지워 버린다면 그 빈자리에는 허무가 가득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억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견디기에 힘겹지만 아픈 시간의 상처를 부둥켜안고 오늘을 살아갈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지워 버릴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라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에 간직하고 반추하는 것이 현명하겠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하고 사랑받는 'Try To Remember'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원래는 판타스틱스(Fantastics)라는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입니다만 1965년에 5인조 남성 포크그룹 브러더즈 포 (The Brothers Four)가 부른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가수가 부른 노래로 아름다운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따뜻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브러더즈 포 외에도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그리고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가 부른 노래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억을 떠올려봐요, 9월의 나날을

삶이 여유롭고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그때를


기억을 떠올려봐요, 9월의 나날을

초원은 푸르고 곡식이 익어가던 그때를


기억을 떠올려봐요, 9월의 나날을

당신이 아직 풋풋했던 젊음의 그때를

떠올려봐요,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추억을 따라가도록 해요


삶이 여유롭고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그때를

버드나무만 빼고 슬픔이 없던 그때를

떠올려봐요,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추억을 따라가도록 해요


삶이 여유롭고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그때를

당신이 베개 옆에 꿈을 간직하고 있었던 때를


기억을 떠올려봐요, 9월의 나날을

사랑이 식지 않았던 그때를


떠올려봐요,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추억을 따라가도록 해요


기억이 되살아나는 12월에

지난 상처가 없다면 공허한 마음뿐


기억이 되살아나는 12월에

감미로왔던 9월의 열정이 떠오르고


깊어가는 12월에 추억이 떠오르면

그때를 따라가 봐요






일본 CBS/SONY 발매 음반(1976년 제작)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V1FdV9Qg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