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과 중국과의 연관성 때문이겠습니다만 군중 심리와 모방 범죄에 의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이럴 때 잘못된 편견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미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과 대중 홍보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비판은 전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에게 집중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에 중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아직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기원설을 강력히 제기함으로써 성급하고 잘못된 선입견을 미국의 국민에게 심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종 문제에 있어서는 다인종 이민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맞나 싶게 편협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자 한 정책도 그렇고, 트럼프가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이란 곧 미국 백인 사회의 이익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히스패닉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고, 비록 허드렛일에 불과할지라고 그들이 감당하는 일을 생각할 때 불법 체류라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지만 무작정 그들의 유입을 막을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특히 국경을 맞댄 멕시코 불법 체류자들을 단속하여 국외 추방을 해도 미국에서 그동안 번 돈을 다 써서라도 그들은 미국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미국의 노동력 공급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미국의 기원과 가치를 지탱하는 근본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합니다.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머물다 이민국의 단속에 걸려 미국의 영토 밖으로 추방되는 사람을 일컬어 'deportee'라고 부릅니다. 곧 '추방자'라는 뜻입니다.
이 호칭이 많이 알려지게 한 사건이 194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납니다. 이민국의 단속에 걸린 28명의 멕시코 출신 불법 체류자를 태운 비행기가 캘리포니아주 로스 가토스 계곡에서 추락, 28명의 불법 체류자와 조종사, 승무원 등 4명을 합한 32명의 탑승자 모두가 사망한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를 미국 언론이 보도하면서 4명의 미국 국민의 신원은 밝혔지만 나머지 28명의 신원을 추방자(deportee)로 처리했습니다. 라디오를 통해 사고 뉴스를 접하고 이 사실에 분개한 미국 모던 포크의 아버지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가 이 사건을 비꼬는 시를 쓰게 되었고, 10년 후 마틴 호프만(Martin Hoffman)이 이 시에 선율을 붙인 노래가 바로 'deportee(Plane wreck at Los Gatos)'입니다.
가사에서 우디 거스리는 이름조차 사라진 이들에게 가상의 이름을 지어주면서 미국 이민 당국의 처사를 비난하고 그들의 슬픈 마지막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곡물은 모두 익고 복숭아는 썩어가고
오렌지는 방부 처리장에 쌓여 가네요
일할 사람들은 모두 비행기에 몸을 싣고
멕시코 국경을 향하고 있어요
(중 략)
잘 가요, 후안 안녕, 로살리타
잘 가요, 내 친구들 헤수스와 마리아
비행기를 타면서 당신들의 이름은 없어졌어요
사람들은 그저 당신들을 '추방자'라고 불러요
(중 략)
가사가 워낙 길어 전부를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슬픈 내용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 가수의 노래라고 할 것 없이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디 콜린즈(Judy Collins)가 부른 노래를 좋아합니다. 기타의 단출한 반주에 주디 콜린즈의 맑고 순수한 음성이 어울린 노래가 일품입니다. 그 외에 존 바에즈(Joan Baez)의 노래도 좋습니다. 유튜브에 우디 거스리의 노래로 소개된 영상이 있습니다만 우디 거스리가 이 노래를 부른 적은 없습니다. 우디 거스리의 노래로 소개되는 것은 사실 그의 아들인 아를로 거스리(Arlo Guthrie)의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