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雜草)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길잡이

-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전략가, 잡초'를 읽고

by 밤과 꿈

일본의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전략가, 잡초'가 지난달 말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싸우는 식물',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등의 책으로 이미 국내에 소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던 터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농사를 짓거나 식물을 가꾸는 사람에게는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는, 그리고 도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잡초에 대하여 몰랐던 사실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 인류가 지구 상에 등장한 시기와 거의 동시에 나타난 잡초는 뽑아도 또 자라나는 질긴 생명력이 특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잡초는 연약한 식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실 잡초는 연약한 식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잡초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면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유가 많은 식물이 살아가는 숲 속에서의 생존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다시 말하면 잡초는 "강한 식물이 자라는 곳은 피하고 강한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만 골라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뽑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는 잡초를 없애는 최선의 방법은 잡초를 뽑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잡초를 뽑지 않고 내버려 둔 곳에서는 머지않아 강한 식물이 자리 잡게 되어 끝내 숲이 되겠지만 잡초는 생존 경쟁에 밀려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으로 이를 식생의 '천이'라고 부른다.


잡초는 영리한 식물이다


1. 잡초는 발아 시기를 달리하여 개체를 보존한다.


사람이 키우는 채소나 꽃의 씨앗은 동시에 싹이 난다. 만일 이들의 발아 시기가 제각각으로 다르다면 성장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잡초는 발아 시기가 씨앗마다 제각각이다. 그래서 먼저 싹이 난 개체가 뽑히더라도 먼저 뽑힌 자리에서 햇살을 받은 새로운 씨앗이 발아,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 잡초를 뽑아도 없어지지 않는 이유로 개체수 보존을 위한 잡초의 전략인 것이다.


2. 잡초는 환경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킨다.


생물에게 있어 유전적 다양성은 종족 보존을 위해 중요한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기르는 농작물은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경우다. 인간의 관리를 받아 동일한 형질로 가꾸어져 왔기 때문이다.

반면에 잡초는 인간이 살아가는 곳에서 자란다는 특이성 때문에 선천적인 유전과 함께 후천적 환경이 형질에 크게 영향을 끼쳐 집단 내의 다양성이 크고 집단 간의 다양성도 쉽게 이루어지는 특징을 나타낸다. 특히 잡초는 인간의 생활환경에 적응한 식물이기에 기후변화나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적 생태 환경의 변화 이외에도 도로의 확장, 건축과 같은 인위적인 생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형질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

미국의 잡초학자 하버드 G. 베이커는 '잡초의 진화'라는 눈문에서 잡초는 "불량한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씨앗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쓰면서 동시에 잡초는 "좋은 환경에서는 씨앗을 많이 남긴다."라고 쓰고 있다. 말하자면 잡초는 조건이 좋으면 좋은 대로, 조건이 나쁘면 나쁜대로 최대한 씨앗을 많이 남긴다는 것이다. 잡초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생존 전략이라고 하겠다.


3. 잡초는 살아남기 위해 플랜 B를 준비한다.


식물은 번식을 위해 꽃가루를 이동시켜 수분을 해야 한다. 이렇게 꽃가루를 나르는 방법에 따라 식물을 풍매화와 충매화로 나눈다. 씨가 바깥에 드러나는 겉씨식물은 바람을, 속씨식물은 곤충의 도움을 이용하여 수분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충매화는 개체의 다양성과 우수 형질의 보존을 위해 '딴꽃가루받이'를 선택한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어 같은 꽃에서 수분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이 경우를 '제꽃가루받이'라고 한다.) 모든 식물은 수술보다 암술을 길게 만들어 이를 방지하고 있다. 또한 곤충이 완전히 다른 종의 꽃가루를 옮겨 수분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꽃마다 특정 곤충을 유도하는 제각각의 색과 향기를 지닌다고 하니 자연의 이치가 놀랍기만 하다.

한편, 특이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잡초는 그 환경에 따라 풍매화와 충매화가 모두 있으며, 충매화의 경우 환경에 의해 곤충이 쉽게 들지 않을 것에 대비, '딴꽃가루받이'와 '제꽃가루받이'의 기능을 함께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또한 최악의 환경에서도 살아남고자 플랜 B까지 갖추는 잡초의 전략이다.

4. 잡초는 새로운 곳을 찾아 번식한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식물을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은 생태계를 교란시켜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귀화종이나 고유종 모두가 적응하게 되면 어엿한 고유종으로 자리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개망초, 혹은 망초꽃은 우리나라의 고유종이 아니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철도 침목에 씨앗이 붙어 국내에 들어온 이후 지속적으로 번식, 이제는 고유종으로 자리매김한 식물이다.

이처럼 잡초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어떤 곳이든지 쉽사리 정착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잡초는 본능적으로 씨앗을 멀리 퍼뜨린다. 잡초가 자라는 곳은 "변화 가능성이 있는 불안정한 장소"다.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것은 강역을 넓히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개체 보존을 위해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미국의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의 말이다. 이 말처럼 그 가치가 발견되어 쓸모없는 잡초에서 하루아침에 신분이 격상된 식물이 있다.

예를 들면 요즘 건강 곡물로 인기가 높은 귀리는 보리밭에 기생하던 잡초였다. 그리고 호밀이나 율무도 그 가치를 알고 재배하기 이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잡초였다.

사실 생장속도가 빠르고 환경 적응력이 좋으며 생육이 왕성한 잡초의 특성은 작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따라서 잡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져 식물학에는 잡초학이라는 분야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잡초의 효용성을 떠나 보도 블록조차 뚫고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잡초는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식물이기에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민들레, 쑥부쟁이, 엉겅퀴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야생화와 강아지풀, 갈대와 같이 친근한 초본 식물이 원래 잡초였다. 그 친근함에 더하여 잡초의 연약하지만 강한 생명력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특별히 강한 존재도 아니면서 번성을 누리고 있는 우리 인간과 흡사해서 애정이 간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알기 쉽게(본래 고등학생을 위한 서적이다) 알려주는 잡초 이해의 좋은 길잡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