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TV조선의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박은수라는 배우의 삶이 소개되었습니다. 박은수 씨는 1980년대 최고의 인기 TV 드라마로 2000년대 초반까지 장수했던 '전원일기'의 일용 역으로 나와 중년에게는 친숙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당시 이 드라마에 나왔던 주역 배우들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우로서의 입지를 이 드라마로 해서 다졌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박은수라는 배우는 일반인의 기억에서 지워지게 되었는데 최근에 전해진 사연이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요식업에 실패한 후 몇 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 옥살이를 한 후에 강원도의 돼지 농장에서 잡역부로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한때 잘 나가던 연예인이라서 그 소식이 놀라운 것이겠지만 이처럼 굴곡진 삶의 모습은 우리의 주변에서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어느 정도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각자의 사연을 쉽게 드러내지 않을 뿐 한결같이 아픈 사연을 마음 깊숙이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기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진짜 사기꾼이 있는 반면 사업을 도모하면서 투자를 받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어 책임을 지게 되는 사기도 있습니다. 어느 날 사기꾼 소리를 들으면 억울하겠지만 피해가 발생한 이상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진짜 사기꾼에 이용당해 사기죄를 뒤집어쓴 박은수 씨의 사연이라면 그 억울함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인지라 더욱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그가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것은 더 이상 세상으로부터 숨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되어 그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7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배우로서 반드시 재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박은수 씨의 안타까운 사연과 동료들의 훈훈한 응원 가운데 흐르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굴곡진 이 길은 험하고 멀기만 하고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를 이끌 만큼 강해
그가 짐스럽지 않아, 형제니까
그렇게 우린 계속 가는 거야
그의 행복이 내 관심사
그는 내게 전혀 짐스럽지 않아서
우린 함께 그곳까지 가게 될 거야
난 알아, 그가 짐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내게 짐스럽지 않아, 형제니까
만약 내가 짊어져야 할 게 있다면
난 네 슬픔을 짊어질 게
누구나 마음속에
기쁨이나 사랑으로 가득하진 않으니까
되돌아갈 수 없는 머나먼 길이야
서로 짐을 나누지 못할 건 없어
그 길은 더 이상 부담스럽지도 않아
그가 짐스럽지 않아, 형제니까
홀리스(The Hollies)라는 영국 락 그룹이 1969년에 발표한 'He Ain't Heavy He's My Brother(그가 짐스럽지 않아, 형제니까)'라는 노래입니다.
하모니카의 인트로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잔잔한 선율과 세 명의 화음에 의한 보컬이 아름다워 우리나라 사람들도 무척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박은수 씨와 같이 세상 속에서 낙담하고 다시 일어설 때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 힘이 될 것 같은 노래입니다.
삶의 무게를 무겁게 느낄 때 이 노래의 가사와 같이 인생길을 동행하면서 삶의 무게를 나눌 동반자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