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입니다. 5월 하면 두 가지가 생각납니다. 하나는 가정의 달이라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이달에 광주에서 벌어졌던 잔인하고도 가슴 아픈 학살입니다. 이처럼 5월 하면 떠올려지는 두 가지 이미지의 간극이 엄청나지만 그 또한 우리 삶의 서로 다른 양태이며인간 심성의 양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제는 교회에서 지키는 어린이 주일이었습니다. 예배에서는 성가대 솔리스트의 이중창으로 이와 관련된 찬양이 드려지고 아기에게 유아 세례가 이루어졌습니다. 오는 주일은 어버이 주일로 기념하게 될 것입니다.
가정의 구성원 중에 어린이 연령의 자녀가 없는 이상 어린이날은 이처럼 교회에서 기념하여 지키는 주일 예배와 행사가 아니라면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버이날도 마찬가지네요. 우리는 매년 어버이날이면 현금을 포함한 선물로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버이날이 감동이라고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요식적인기념일이 되고 만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어버이날이 어린이날처럼 법정 공휴일이 아닌지라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식사조차도제 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쩌다 보니 어버이날이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평소에 잘하지."라는 말이 실감 나는 것이 자녀와 부모를 대하는 요즘의 세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 사이의 사랑을 소재로 한 노래가 의외로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노래라면 '불효자는 웁니다'라든지,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부친 '부모'와 같은 가요와 동기간의 정을 노래한 동요 '오빠 생각' 등 떠오르는 노래가 적지 않습니다만 외국 노래에서 선택할 때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은 유독 우리 민족이 가족 사이의 정이 깊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참 생각하다 떠올린 노래로 'Scarlet Ribbons(주홍색 리본)'이 있습니다. 워낙 친숙한 선율이라서 민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1949년에 작곡된 대중음악으로 조 스태포드(Jo Stafford)가 처음 음반으로 발표한 이후로 많은 가수들이 음반으로 발표한 동화 같은 내용의 노래입니다.
밤 인사를 위해 아이의 방문을 열다
아이가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지
"저에게 주홍색 리본 몇 개를 주세요
머리에 주홍색 리본을 달고 싶어요"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거리는 어둡고 인적도 끊겼지
어디에도 주홍색 리본은 없었어
아이의 머리에 달아줄 단 한 개의 리본이
밤새도록 마음이 아팠어
동트기 전 아이의 방을 들여다보았지
사랑스러운 리본이,
아이의 머리에 달아줄 주홍색 리본이
방안 가득했었어
내가 백 살이 될 때까지 산다 해도
결코 알 수 없을 거야
방안 가득한 사랑스러운 리본이,
아이의 머리에 달아줄 주홍색 리본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기적과 같은 내용을 가진 노래인지라 크리스마스 캐럴로도 많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소박하면서도 꿈같은 가사 내용이 어린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많은 버전 가운데에서도 미국의 3인조 남매 그룹인 브라운즈(The Browns)의 노래와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의 노래가 많이 알려진 노래입니다. 특히 해리 벨라폰테가 부른 노래는 우리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 OST로 삽입되어 친숙한 노래입니다. 이 두 버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짐 리브스(Jim Reeves)의 노래도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