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상상력으로 예술을 읽다

- 나희덕의 '예술의 주름들'을 읽고

by 밤과 꿈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과 예술은 상상력이라는 직관적인 창작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이 크다 하겠다. 여기서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음악의 창작 원리에는 직관보다는 수학적 논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도 연주라고 하는 재현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논리와 함께 직관의 중요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문학이든 예술이든 상상력이라는 직관이 창작의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논리적인 사유의 과정을 거침으로서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문학과 예술 작품이 작품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저마다 합당한 형식적, 양식적 구조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창작의 어려움이기도 한 논리적 구조는 문학과 예술을 작품으로서 인식하도록 하는 틀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에게서 창작력을 일깨우는 유사한 동기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예술은 인접 예술로부터 직, 간접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각 장르의 작가들이 다른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거나 창작에 간접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나희덕 시인이 시인으로서 평소에 예술에 대한 관심을 글로 써 책으로 출간했다. '예술의 주름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따라서 시인도 다른 예술에서 영향을 받고, 그것이 시의 창작에 자극이 되었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시인은 이 책의 머리글에서 "다른 예술 장르에서 받은 영향이나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선망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문학이 아닌 다른 예술 언어에 대해 내 안의 시적 자아가 감응한 기록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머리글에서 이 책의 집필 의도와 구성에 대하여 미리 언급하고도 있다.


시인은 "세계와 영혼의 주름을 구성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틀림이다."라는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을 인용, 세계와 영혼의 주름들을 해독하는 예술을 통하여 숨겨진 주름을 찾아내고자 한다.

또한 시인은 이 책을 "1부에는 자연을 중심으로 한 생태적 인식과 실천을

2부에는 여성주의적 정체성 찾기와 각성의 과정을

3부에는 예술가적 자의식과 어떤 정신의 극점을

4부에는 장르와 문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5부에는 시와 다른 예술의 만남"으로 집필 의도에 맞게 시인이 평소에 관심을 두었던 예술가와 예술을 분류하여 구성하고 있다.

그렇게 구성된 이 책은 "1. 찢긴 대지를 꿰매다, 2. 나, 스스로의 뮤즈가 되어, 3. 이것이 그의 자화상이다, 4. 경계 없는 창조자들, 5. 시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도착한다"와 같은 제목의 소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은 구성으로 시인은 아네스 바르다, 짐 자무시와 같은 영화감독을,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와 글렌 굴드와 같은 음악가, 마리 로랑생, 케테 콜비츠, 뒤샹, 데이비드 호크니와 같은 미술가 등 30인의 예술가와 그들의 예술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이 책에서 예술가 각각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소개함과 아울러 시인의 시적 상상력으로 예술가들의 예술을 해석, 단순한 리뷰가 아닌 비평의 영역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시인 자신은 비평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술 일반의 평론이라는 것이 작품을 분석, 해부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평의 시각에 따라 작품에 상상력의 새로운 옷을 입히는 또 하나의 창조적인 작업, 즉 세련되고 전문적인 문학 기술(記述)이라고 한다면 시인에 의해 해석되고, 글로서 표현되는 이 책은 작가에 대한 정보로서의 작가와 작품 경향에 대한 소개와 작품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까지 아울러 갖추고 있는, 온전한 비평의 결과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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