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에 대한 불편한 기억

by 밤과 꿈

대학교 입학 당시, 입학한 대학교가 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했기 때문에 생물학이 1학년 전공 필수과목이었다. 그런데 이학계열 1학년 과정의 필수과목 중에서 물리학이나 화학과는 달리 생물학에는 동물학과 식물학을 담당하는 교수가 따로 있었고, 조교가 담당하는 식물학 실험과는 달리 동물학 실험에는 전임 강사급의 담당 교수가 따로 있어 학생 입장에서는 생물학이라는 과목이 꽤나 까다로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동물학 실험을 담당하던 전임 강사는 특별한 이유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속한 이학계열에는 특히 여학생이 많았는데, 동물학 실험 시간에는 담당 전임 강사의 야한 언변이 남, 녀 대학생 모두를 민망케 하는 것이었지만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 전임 강사의 야한 말은 남학생에게는 큭큭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여학생들은 얼굴이 달아오르고 고개를 못 들 만큼 강도가 센 편이었다. 요즘과 같이 성적인 발언에 민감한 시대에는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1학기 과제물이 문제였다. 동물학 실험의 과제라는 것이 무슨 리포트 제출도 아니고 개구리 뼈대 표본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개구리는 어디서 구해야 할지 내가 난감해하는 사이에 다들 움츠린 개구리의 뼈대를 잘 맞춰 유리 상자에 넣어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촌뜨기인 나로서는 개구리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는 것도 있었지만, 다행히 개구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개구리의 살점이 뼈대에서 완전 분리가 되도록 삶아야 할 터인데 그러자면 누나네 신혼집에 빌붙어 살던 입장에서 먼저 누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냄비를 사용해야만 했기에 폐가 될까 봐 말도 꺼내지 못하고 과제물 제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이 과제물 때문에 생물학의 1학기 학점은 F였다. 생물학이 전공 필수과목인지라 반드시 학점을 취득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뒤에 까다로운 이 과목을 덜 까다롭게 이수하긴 했지만, 원칙대로 뒤늦게 학점을 취득하기에는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2학기에도 동물학 실험에서는 표본으로 제출해야 할 과제가 나왔다. 그것은 물고기의 내장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추출해 제출하라는 것이었는데 또다시 F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에 속으로 전전긍긍하다가 제출 마감일에 한 친구와 함께 학교 인근의 시장에서 생선의 내장을 얻어 겨우 과제물을 제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과락은 면했지만 높은 학점을 받지는 못했다. 서둘러 생선의 내장을 훑어 작은 유리병에 기생충을 담아 갔는데 담당 전임 강사가 말하기를, "이거 수돗물이지?"라고 묻기에 조금 전 시장에서 급히 구했노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래도 정성을 기특하게 봐줄 것을 기대하면서.

사실 서둘러 과제물을 만들다 보니 학교 내의 화장실에서 기생충을 추출, 급한 대로 수돗물에 넣어 제출한 것인데 알코올과는 달리 수돗물에서는 기생충이 죽지 않고 살아서 꼬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제물을 내어줄 때 반드시 표본을 알코올에 담으라는 조건은 없었으므로 이를 사유로 학점을 박하게 준 점은 이해가 안 된다. 반면에 지정한 과제물이 아닌 개의 머리뼈를 단골 보신탕 집에서 얻어 과제로 제출한 한 친구는 A+를 학점으로 취득했으니 학점의 기준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래도 복학 후 1학년 1학기에 취득하지 못했던 생물학의 학점을 어렵지 않게 메울 수 있었던 것은 생물학과의 조교로 있었던 친구의 도움이 컸다. 그 친구가 바로 나와 함께 생선 내장에 있었던 기생충을 수돗물에 담아 과제물로 제출했던 그 친구였는데 졸업 후 그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물리학과의 친구 한 명도 대학원 재학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둘 다 나와는 같은 고향을 가진 친구들인데 스스로 육신을 찢고 영혼으로 남을 만큼 젊음의 무게가 힘겨웠을까.


중학교에 다닐 때 개구리 해부 수업이 있었다. 해부할 개구리를 잡기 위해 수업이 끝난 후 학교 뒷산을 친구들과 함께 누비고 다녔었다. 당시만 해도 야산에 지천으로 널린 것이 개구리와 메뚜기였기에 해부할 개구리를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배가 빨간 무당개구리는 재수 없다고 보이는 족족 죽여 버리기까지 했다. 심지어는 여분으로 잡아온 개구리의 배에 주사기로 물을 주입, 팽팽하게 부른 개구리의 배와 뒤뚱거리는 움직임을 놀림감으로 삼는 만행을 저질렀으니 개구리 때문에 학점을 놓쳤을 때, 웃기는 상상이지만 이것도 어린 날의 내 만행이 낳은 죄업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착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