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트는 사랑, 어긋나는 사랑

by 밤과 꿈

남녀가 모인 곳이라면 어디서나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한 쌍의 극이 있듯 남녀가 서로 끌리는 것은 자연의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입학 후 대학 생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게 되면 캠퍼스 곳곳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튼다. 때로는 눈꼴사납게 보이기도 하는 CC(캠퍼스 커플)가 생겨나는 것이다.

동아리 내 우리 동기 중에도 두 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한쌍의 커플은 졸업 후에 맺어졌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캠퍼스 커플은 한쌍이라고 해야겠다. 우리 동기라고 해봤자 동아리 활동이 활발했던 인원이 15명이 안되었는데 그 와중에 두 쌍의 커플이 나왔으니 연예에 관한 한 능력자가 많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그런 능력을 타고나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만큼의 노력과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처럼 싹트는 사랑이 있다면 어긋나는 사랑도 있는 법이다. 같은 동아리에 한ㅇ훈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음대를 다니는 동기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그가 끝끝내 속마음을 숨기고 있었는지, 속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다가 바로 퇴짜를 맞았는지는 모르지만(그 친구의 성격으로 보아서는 후자였을 것이다) 상심한 친구는 학교 앞 음악다방에서 세상의 모든 슬픔을 모두 떠안은 얼굴로 앉아서는, 아무 말없이 테이블 위에 있는 UN성냥을 한 개비씩, 한통을 부러뜨리고 있었다. 그런 친구에게 우리는 아무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하고 상심한 친구의 모습을 몇 시간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는 이후 음대에 다니는 다른 동기 여학생과 사귀어 결혼했다.

또한 강ㅇ수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일찌감치 동기 여학생과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뒤늦게 동아리에 가입한 동기 여학생을 사귀었다. 그 뛰어난 순발력과 행동력이 우리를 놀라게 했는데 그 친구는 두 번째로 찾아온 사랑을 잘 지켜 졸업 후 결혼에 골인, 무려 4명의 자녀를 낳고 잘 살고 있다.

두 친구의 연애담이 보여주는 공통점이라면 첫사랑은 실패로(직접 물어보면 첫사랑이 아니라 흘러가는 사랑이었다고 우길 친구도 있으리라) 끝났다는 것이다. 둘 다 어긋난 사랑을 경험한 후에 비로소 평생을 함께 하는 사랑을 만난 경우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흔한 말을 실증한 셈이지만 그만큼 사랑이라는 것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한다거나 상대방의 관심을 잃지 않게 하는 등의 기술적인 부분과 두 사람의 결합을 돕는 주변의 여건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남녀의 사랑을 이루게 하는 것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사랑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의외로 사랑은 큰 어려움 없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었다.

물론 내가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배경에는 첫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았던 자신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나 자신의 어긋난 사랑, 답답하고 고뇌에 찬 실패담을 말할 때이지만 주절주절 사설이 길어질 수도 있어 따로 언급할까 한다. 수십 년 전의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이로 인해 떠올리는 젊은 기억이 내 마음의 통제를 벗어날 수도 있어 박자 쉬어가기로 한다.

어긋난 사랑이든 싹이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된 사랑이든 모두 젊음의 시간을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우리의 젊은 날에 이마저 없었다면 1980년대는 얼마나 삭막한 기억으로만 남게 되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