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카라스(Anton Karas)의 제3의 사나이 테마곡(The Third Man Theme)
남녀가 서로 뜻이 잘 맞아 두 사람의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어느 틈엔가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져 이별할 일도 생긴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결혼을 궁극적인 남녀의 결합으로 본다면 세상의 많은 커플들의 만남이 이별로 끝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물론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남도 가능하겠지만 결혼의 결속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그 만남은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불안을 항상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남을 잘해야 하듯 헤어지는 것도 잘 매듭을 지어야 큰 후과가 없다. 특히 그 만남이 애정이 담긴 남녀 간의 것이라면 이별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서로에게 격려가 될 수 있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던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많은 경우가 감정이 상할 만큼 상한 상태인지라 감정의 정리라고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이 쌓아 왔던 신뢰는 종 치고 두고두고 찜찜한 감정의 앙금만 남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우리에게 순애보와 같은 순수한 사랑이나 꺼지지 않는 뜨거운 사랑만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가장 가슴 아픈 이별로 남은 라스트신
캐럴 리드 감독의 영국 영화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에는 가장 인상적인 이별의 장면이 나온다. 안톤 카라스가 지터로 연주하는 유명한 테마 음악과 함께.
미국의 3류 소설가 홀리는 대학 친구 해리의 초대를 받아 전후의 어수선한 빈에 도착한다. 그러나 정작 해리는 죽어 장례식이 진행될 참이었다. 그리고 해리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빈에서의 해리의 행적을 추적하던 홀리는 해리의 여자 친구인 애나에게 마음이 이끌린다. 애나 또한 홀리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죽은 줄 알았던 해리가 홀리의 앞에 나타나고...... 쫓기는 해리는 하수도로 도피, 숨 가쁘게 전개되는 추격과 도피 중에 거센 물살에 휩쓸려 버린다.
다시 해리의 장례식. 장례식이 끝난 후 차를 빌려 타고 가던 홀리는 차에서 내려 애나를 기다리지만 애나는 홀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홀리를 지나쳐 간다.
이 엔딩 신에 대하여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애처롭게 내뱉는 기다란 한숨"이라고 했다.(The Great Movies, Roger Ebert)
긴 가로수 길을 걸어오는 애나의 모습을 롱 테이크로 잡으면서 흘러나오는 안톤 카라스의 지터 음색이 구성지다.
무관심이라는 공허가 함께 하는 이별이라면 싸워서 감정의 앙금을 남기는 이별이 차라리 나아 보인다.
그래도 이 영화의 이별 신에 공감하는 것을 보니 우리에게도 이런 이별이 낯설지 않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