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 첼란의 시선집 '죽음의 푸가'를 읽고
더는 잠들지 못했다, 우울의 시계 장치 속에 누워 있었기에, 우리.
시곗바늘은 채찍처럼 휘었고,
도로 다시 퉁겨져 피 맺히도록 시간을 후려쳤고,
너는 짙어 가는 어스름을 이야기했고,
열두 번 나는 네 말의 밤에 대고 너를 불렀고,
하여 밤이 열렸고, 그대로 열린 채로 있었고,
나는 눈 하나를 그 품 안에 넣고 또 하나는 네 머리카락에 넣어 땋아 주었고,
두 눈을 도화선으로, 열린 정맥으로 얽었고-
갓 번뜩인 번개가 헤엄쳐 다가왔고.
이건 시간의 눈
일곱 빛깔 눈썹 아래서
곁눈질을 한다
그 눈꺼풀은 불로 씻기고
그 눈물은 김이다.
눈먼 별이 날아와 닿아
뜨거운 속눈썹에서 녹으니
세상이 따뜻해지리
죽은 이들이
봉오리 틔우고 꽃 피우리.
나, 그의 손님
이었으리, 이름 하나였으리,
상처가 높이 핥아 올라간
장벽에서 식은땀으로 흘러내린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