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포크너의 '곰(The Bear)'을 읽고
시간이 생겨나 시간이 되는 곳,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않는 망각의 그늘 아래 죽음을 면제받은 늙은 곰과 죽음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된 자신이 서있는 모습을.
만물이 잿빛으로 사그라지던 11월보다 어쩌면 더 어둑어둑한 이 여름 숲에서는, 정오가 되어도, 햇빛이라고는 바람 한 점 없는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땅에 내리 꽂힌 얼룩덜룩한 무늬가 전부였고, 완전히 마르는 법이 없는 땅바닥에는 늪 살모사, 물뱀, 방울뱀 등이 기어 다녔다. 몸통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컴컴한 숲에 드리운 햇빛 조각들처럼 보여서 움직이기 전까지는 뱀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