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글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이미 생각해 둔 글이라 글 쓰기를 시작했지만 막상 흘러간 시간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담스럽게 쓴 글이라 남다른 보람과 애착이 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 아직 일 년이 안되었지만, 처음에는 매일 글을 써 올렸습니다. 수 십 년 동안 외면해왔던 글쓰기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필력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그러다 형식적인 글쓰기가 될까 봐 이틀에 한번 꼴로 글을 써 올려왔습니다만, 최근 3일간은 다시 매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써야 할 글이라면 몰아 써서 힘든 시간을 줄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글이란 어렵지 않게 읽히되 쉽게 쓰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음악을 한 곡 선택해 보았습니다. 바로 재즈 피아니스트 소니 클락(Sonny Clark)의 '멋진 걸음걸이(Cool Struttin')'이라는 곡으로 재즈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동명의 필청 음반 속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즈 음악은 따로 다른 포맷으로 글을 쓰고 싶어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만, 주관적으로 생각할 때 지금처럼 가라앉은 기분을 되살리기에는 이 곡만큼 적절한 음악을 달리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 곡은 소니 클락이 작곡하고 리드하고 있지만 모든 세션이번갈아가며 음악을 주도하는 잼 세션(Jam Session)으로 연주되어 트럼펫의 아트 파머(Art Farmer), 알토 색소폰의 재키 맥클린(Jackie McClean), 베이스의 폴 체임버스(Paul Chambers), 그리고 필리 조 존스('Philly'Joe Jones)의 드럼 등 재즈 명인으로 구성된 화려한 세션은 이 곡의 놓칠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소니 클락의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피아니즘과어우러지는 세션들의 열띤 연주는 1950년대 중, 후반에 유행했던 하드밥(Hard Bob) 재즈의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니 클락의 앨범 'Cool Struttin'의 재킷 디자인은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종아리를 드러낸 검은 스커트와 검정 정장 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하체를 클로즈업한 앨범 디자인은 '멋진 걸음걸이'라는 곡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마치 뉴욕 맨해튼의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오피스걸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표지 사진은 길거리를 활보하는 듯한 이곡의 펑키한 리듬이 주는 경쾌함과 더 이상 잘 어울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활달한 총주에 뒤이은 각 악기들의 연주는 이완이 없이 경쾌한 기운을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소니 클락의 피아노에 이어 연주되는 아트 파머의 온기를 머금은 빛나는 트럼펫 연주는 아트파머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트 파머의 따뜻한 연주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이 뿜어내는 고독감과는 결이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곡은 듣는 사람이 그 이미지 묘사를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어 재즈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좋아할 수 있는 곡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