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포디엄에 설 지휘자 성시연
오케스트라의 순위라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2008년 영국의 권위 있는 음악 전문잡지인 그라모폰지가 선정한 세계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베를린 필과 비엔나 필을 제치고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한 음악지가 음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오케스트라이다. 오케스트라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어 우열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필, 비엔나 필과 함께 3대 최정상 오케스트라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목관의 아름다움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악과 금관(네덜란드는 각 지역마다 금관 애호가 연주 단체가 있을 만큼 금관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나라이다.), 목관의 균형감과 앙상블의 아름다움이 감탄할 만한 음향을 들려준다.
한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급의 오케스트라로 급성장한 연주 단체로 독일 남부 오케스트라가 가진 밝은 음향이 아름답다. 2008년 그라모폰지가 선정한 랭킹에서는 6위를 차지한 만큼 베를린 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스타츠카펠레와 함께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에서 빠지지 않는 오케스트라이다.
따라서 이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된다는 것은 아직은 성장 중에 있는 젊은 지휘자인 성시연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지휘자 성시연은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1위, 이듬해인 2007년에는 구스타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함으로써 우리에게 그 이름을 알렸다.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주관하는 제2회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것은 제1회 콩쿠르에서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라는 워낙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기에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 당시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서 성시연과 함께 연주를 했던 조카에 의하면 악단을 통솔하는 지휘자의 카리스마에 있어 성시연의 역량이 다른 경쟁자를 압도했다고 한다.
이후 성시연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의 명문 오케스트라인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부지휘자로서 상임 지휘자인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을 보좌했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정명훈을 도와 서울 시향에서 부지휘자를 역임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있다가 2017년 임기를 마치고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수많은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실 성시연이 서울 시향의 부지휘자로서, 특히 경기 필의 상임을 맡아 국내에 자리를 잡았을 때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하고 우려를 했었다. 클래식 음악계에 있어 우리나라는 아직은 변방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때 이른 국내 정착은 성시연의 지휘 경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성시연이 지휘자로서 꿈을 키웠던 베를린으로 복귀,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던 중 이번에 큰 연주 기회를 잡았으니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클래식 음악계, 특히 오케스트라는 지극히 보수적인 집단이다. 언젠가 성시연 자신이 언론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작업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라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악단원 개개인이 음악가로서의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지휘자와 수석 주자 사이에 해석의 차이가 있을 때 쉽사리 지휘자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휘자의 실력과 통솔력으로서 악단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휘자가 경력이 일천한 경우라면 사정은 더 심하다. 지휘와는 상관없이 서로 잡담을 하면서 지휘자의 통솔력을 시험한다. 일종의 신고식인 셈이다. 지휘자로서 성시연은 이런 경우들을 이미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 지휘하게 될 두 오케스트라의 중량감이 남다르다.
특히 동양에서 온 여자 지휘자라면 당연 색안경을 끼고 대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은 시몬 영(Simone Young), 옥사나 리니브(Oksana Lyniv),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mirga grazinyte- tyla)와 같은 실력 있는 여성 지휘자들이 등장, 음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성시연도 이번 시즌에 맞이한 중요한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커리어가 일취월장, 위의 지휘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서 오늘을 대표하는 지휘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