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크바스토프(Tomas Quasthoff)라는 독일의 성악가가 있다. 그는 134Cm의 작은 키에 비정상적으로 짧은 양 팔과 손가락이 부족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진통제인 탈리도마이드 복용 부작용으로 인한 선천적 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성악가로 우뚝 선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크바스토프의 왜소한 신체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듣는 귀를 공명하며 퍼져 나오는 깊고 아름다운 베이스 바리톤의 음성은 단박에 그의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킨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심한 장애로 피아노를 칠 수 없었던 크바스토프는 음악대학 입학조차 허락되지 않아 개인 레슨으로 성악을 공부, 세계적인 권위의 ARD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에 성악가의 길을 갈 수 있었다. 이후 사회적 편견과 난관을 이겨내고 전문 성악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편, 교수로서 후진 양성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크바스토프와 같이 자신의 한계와 역경을 극복해내고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개인의 의지에 대한 경의와 함께 인간의 능력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예를 이미 베토벤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의 음악 대부분에서 베토벤의 강력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지만 불굴의 의지가 마침내 환희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교향곡 9번은 베토벤 음악의 결산이라 부를만 하다. 물론 9번 교향곡을 작곡한 뒤 베토벤 최후의 곡이 될 6곡의 현악사중주곡을 작곡하지만 이는 교향곡 9번에서 창작혼을 불태운 베토벤이 꺼져가는 생명력을 예감하듯 자신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가 크다.
교향곡 9번 '합창'은 베토벤의 나이 57세인 1824년 본인의 지휘로 빈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이미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베토벤으로서는 지휘가 불가능한 것으로 실제로는 움나우후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고 한다. 그날 베토벤이 형식적이나마 포디움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것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에 대한 예우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악을 포함한 최초의 교향곡으로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 나간, 이해가 쉽지 않은 음악이었음에도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이 또한 베토벤이라는 거장에 대한 예우가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실러의 시 '환희에 부치는 노래'에 곡을 쓴 4악장의 넘치는 에너지도 좋지만 3악장 아다지오가 그려내는 폭발하기 이전의 고요가 감동적이다.
이 곡의 추천 음반으로는
1. 빌헬름 푸르트벵글러(Cond.),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Sop.), 엘리자베스 헹겐(Alt.), 한스 호프(Ten.), 오토 에델만(Bs.), 바이로이트 축제 관현악단 (EMI-Waner Classics)
2. 헤르베르트 폰카라얀(Cond.), 군둘라 야노비츠(Sop.), 힐데 뢰셀-메이단(Alt.), 발데마르 크멘트(Ten.), 발터 베리(Bs.),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