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Johann Sebastian Bach)의 칸타타 147번 '마음과 말과 행동과 생명으로(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보낸 한 해의 결산이 어떤 것인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일년을 큰 탈 없이 지내온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한 해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후회 등 삶의 모습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 떠나보내고, 애면글면 힘든 가운데에서도 오늘까지 모든 간난을 견디며 생명의 숨결을 이어온 스스로에 대하여 대견해하며 삶의 주재자에게 감사를 표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와 같은 기독교 교인이라면 삶의 모든 것이 창조주, 곧 하나님께로부터 말미암는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이에 대한 감사는 신앙의 근본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12월이면 그랬듯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라는 가사의 찬송을 부르면서 큰 감동과 경건한 마음으로 한 해를 정리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에서 찬양을 강조하는 이유는 찬양을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삼고 찬양하는 가운데 항상 감사가 함께 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신앙고백을 하듯 매주 주일 예배에 사용할 음악을 작곡한 음악가가 있다. 그것도 절기에 맞춰 200 여곡의 교회 칸타타를 작곡하여 교회에 봉헌한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바하가 있다.
바하의 음악 중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곡으로는 쾨텐의 궁정악장으로 봉직하고 있었던 시절 작곡된 '6곡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와 '6곡의 첼로 모음곡', 그리고 6곡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같은 기악곡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쾨텐을 떠난 바하는 1723년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교회의 칸토르로 부임하면서 쾨텐에서 중단되었던 종교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다. 이때 마태수난곡과 같은 걸작 종교음악이 작곡되었지만 교회의 전례에 사용할 목적으로 작곡된 교회 칸타타야말로 바하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독실한 기독교 교인이었던 바하에게 신앙과 음악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신앙은 곧 음악이었고, 음악은 자신의 순결한 신앙고백이었다. 훗날 바하의 음악을 정리하면서 그의 교회 칸타타와 세속 칸타타를 바하 작품번호 1번에서 215번에 배치한 것도 이런 까닭이었다.
바하의 수많은 교회 칸타타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으로 147번 칸타타 '마음과 말과 행동과 생명으로'가 있다.
이 곡은 바하가 바이마르의 카펠마이스터로 재직 중이던 1716년에 일부가 작곡되어졌으나 직장을 잃게 되어 중단되었다.
그 후 1723년 라이프치히에서 10곡의 구성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제1곡의 합창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는 트럼펫의 리토르넬로로 시작되는 친숙한 선율의 곡으로 결혼식의 입장 때 간혹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6곡과 10곡에서 반복되는 "예수는 나의 기쁨"은 마르틴 얀의 코랄에서 선율을 가져온 것으로 '만인의 소망의 기쁨되시는 예수'라는 제목의 피아노 독주곡으로 연주되기도 하는 친숙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