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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an 11. 2022

전례(典禮)의 확립과 교회 음악

- 새롭게 읽는 서양음악사(3)


교회 음악에 대한 바른 이해


 교회 음악이란 교회의 전례에 사용되는 음악, 즉 전례 음악을 뜻한다. 전례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기는 하지만 특히 종교적으로는 가톨릭에서 쓰이는 용어이니만큼 개신교를 포함하여 간단히 말하자면 교회에서 종교적인 예식을 위해 작곡된 음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교회 음악이라면 중세 시대에서부터 확립된 미사와 성무일도, 그리고 개신교 음악인 바로크 시대의 칸타타와 찬송가의 기원이 되는 코랄(독일의 개신교 찬송), 앤섬(영국의 성공회 음악) 등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 교회에서 많이 연주되는 헨델의 메시아는 장르로 분류하자면 오라토리오로서 일종의 극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흐의 마태와 요한 수난곡 또한 예수의 수난에 관한 성서 내용을 텍스트로 한 일종의 극음악이다. 

 뿐만 아니라 중세 고딕시대 다성음악으로 탄생한 모테트 또한 전례를 위한 음악이 아니므로 종교적인 내용을 가사로 했다 하더라도 교 음악이지만 교회 음악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중세의 음악을 교회 음악과 세속 음악으로 나눌 때 세속 음악으로 분류하는 음악이다.

 한가지 더 언급한다면 개신교회의 찬송가 또한 교회 음악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더불어 복음성가도 교회 예배를 위한 음악으로 교회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개신교회에서 열린 예배를 도입하면서 예배 전에 부르던 CCM이 본 예배에 불려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면 이 또한 교회 음악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교계와 교회 음악을 하는 전문가들의 논의와 판단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예배에 필수적인 경건을 잃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야하지 않을까. 개신교회에서의 음악은 가톨릭 교회의 성찬 전례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예배라고 할 만큼 말씀의 선포와 함께 예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기에 언급한다.

 단순한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용어 정리가 안되어 혼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먼저 언급했다.

 그러나 고전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전까지 교회 음악으로 분류되는 장르의 음악이라도 전례에 사용하기에는 음악이 장대해져 실질적인 목적, 즉 전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콘서트를 위해 작곡된 경우가 많아 혼돈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미 정형화된 장르 구분에 따르면 될 것이다. 사실 전례 음악이 정착하던 고음악(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음악을 통칭) 이후에는 교회 음악의 개념을 명확히 할 일도 없어진다.


전례의 확립, 미사와 성무일도


 전례(Liturgia)란 가톨릭 교회의 의식, 즉 신앙의 표현이다. 전례는 세례, 견진, 성체, 고해, 병자, 성품, 혼인 등 7 성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그 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성체 성사가 이루어지는 형식이 바로 미사(Missa)이다. 미사라는 말은 미사의 마지막에 언급하는 "모임이 끝났다(Ite messa est)"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미사는 미사의 구조에 따라 '말씀의 전례'와 '성찬 전례'로 구분된다.

 말씀의 전례는 입당송(Introitus)으로 시작되어 키리에(Kyrie, 자비송), 글로리아(Gloria, 대영광송) 이어진다. 그리고 사제의 기도, 성경 낭독, 화답송(Responsorium) 혹은 층계송(Graduale)이 자리하고, 이어 절기에 따라 다른 트로푸스가 노래되는데 알렐루야(Alleluia) 혹은 복음 환호송(Tractus), 그 외 각종 부속가(Sequentia)가 노래된 후 복음의 강론이 있고, 크레도(Credo, 사도신경)가 뒤따른다.

 성찬 전례는 봉헌송(Offertorium)으로 시작되어 감사송(Praefatio), 그리고 상투스(Sanctus, 거룩하시다)가 베네딕투스(Benedictus, 축복송)를 포함하여 노래된다. 그리고 주의 기도(Pater noster), 아뉴스 데이(Agnus dei, 주의 어린양)를 이어 마침 예식으로 미사가 진행된다.

 또한 미사는 미사문의 내용에 따라 고유문(Proprium)과 통상문(Ordinarium)으로 나눈다. 쉽게 말해 고유문은 절기나 축일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미사문이고, 통상문은 변동되지 않는 미사문을 뜻한다. 앞서 미사를 설명할 때 푸른색으로 표기한 미사문이 통상문이다.

 통상문 중에서도 미사에 항상 포함되는 미사문으로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와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가 음악으로서의 미사 양식의 근간을 이루며, 이 외에 작곡 의도에 따라 알렐루야와 같은 고유문과 필요에 따라 부속가를 포함하기도 한다.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모습


 또한 미사곡의 일종인 레퀴엠(Requiem)이라는 음악이 있다.

 이는 장례를 위한 미사곡으로 '레퀴엠 미사'라고도 하며, 통상문에서 글로리아와 크레도가 빠진다. 대신 일부 고유문이 포함되며, 특히 진노의 날(Dies irae)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레퀴엠은 르네상스 프랑코 플라낭드 악파의 3대 작곡가의 한 사람인 요하네스 오케겜(Johannes Ockegem)이 작곡한 것이다. 분명 중세 시대에도 장례를 위한 음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전해오는 음악이 없다.


 끝으로 미사와 함께 전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성무일도'가 있다. 성무일도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행하는 기도 모임을 뜻한다.

 성무일도의 종류로는 날이 새기 전에 하는 독서기도(Ad Officium lectionis), 아침기도(Ad Laudes matutinas), 그리고 3번의 낮기도(Ad Tertiam, Ad Sextam, Ad Nonam), 저녁기도(Ad Vesperas)와 끝기도(Ad Completorium)가 있다. 이 성무일도를 제대로 지킨 곳은 수도원이었으며, 수도원에서는 이 성무일도와 함께 하루 한 번의 미사를 일상으로 준수했다.

 특히 베스퍼(Vesper)라고 흔히 부르는 저녁기도는 음악적으로 가장 화려한 것으로 시편창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성모 마리아 찬가에 해당하는 마니피카트(Magnificat, 성모 찬가)는 바로크 시대에 독립된 악곡으로 작곡되었다.

폐쇄적인 수도원, 성무일도를 엄격하게 지킨다


전례 음악의 변천과 그 지속성


 교회음악 만으로도 서양 음악사의 기술이 가능할 만큼 이들 미사와 레퀴엠, 그리고 베스퍼와 마니피카트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후대로 갈수록 실질적으로 전례에 사용할 목적이라기보다는 작곡가의 창작 욕구에 따라 작곡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원자였던 루돌프 대공의 대주교 서품을 기념해 작곡되었다는 베토벤의 장엄미사(Missa Solemnis)는 실제 전례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장대하다. 마찬가지로 시대를 앞선 바흐의 b단조 미사 또한 장대한 음악으로 전례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독일의 개신교인 루터교 신자였던 바흐는 교회의 예배를 위해 200여 곡이 넘는 교회 칸타타(Cantate)를 작곡했으며, 가톨릭 전례인 b단조 미사가 실제 전례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낭만주의 시대에 들어 브람스가 작곡한 독일 레퀴엠 또한 라틴어가 아닌 독일어로 텍스트를 구성, 전례를 위해 작곡된 것이 아니라 음악의 내용에 따라 레퀴엠이라는 용어를 차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언급한 것처럼 베스퍼(저녁기도)의 마니피카트는 바로크 시대에 독립된 음악 장르가 되어 이후에도 작곡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 라흐마니노프는 정교회 음악의 분위기가 강하지만 따로 베스퍼를 작곡, 20세기의 대표적인 합창곡을 남겼다.


 이 장은 중세시대에 확립된 전례 음악을 기술하기 위해 따로 구성한 것이지만, 이처럼 이들 음악 양식이 한정된 시대 양식으로 머물지 않고 지속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간략히 언급하게 되었다. 상세한 것은 이후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시대의 미사 음악의 예를 비교 감상토록 함께 수록했다.(감상의 예 3-1~4)







감상의 예 3-1)

중세 단선율 미사 중에서 '상투스(거룩하시다)'

https://youtu.be/FmbLdeztN0I


감상의 예 3-2)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 기욤 뒤파이의 미사곡 '무장한 남자' 중에서 '상투스'

'무장한 남자'라는 세속 음악에서 멜로디를 차용한 패러디 미사곡(르네상스 다성음악에서 상세히 언급)

https://youtu.be/KGc6dTvbxMc


감상의 예 3-3)

바로크 시대 음악의 거장 바흐의 'b단조 미사' 중에서 '상투스'

바로크 시대부터 기악 반주가 사용되었다.

https://youtu.be/Eg-IbyBl9DY


감상의 예 3-4)

베토벤의 '장엄 미사' 중에서 '상투스'

점차 기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https://youtu.be/lI0jSQCG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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