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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an 13. 2022

라디오 예찬(禮讚)

 

구수한  소리가 정겨워

늦은 밤 음악 기울이면

깊은 외로움도 잊을 만했다

지난날 외로움을 함께 나누던 

다정친구라서

내가 와 같은 사람이라면,

그런 속 깊은 진국이라면 좋겠다


있는 듯 없는 듯 튀지 않고

스스럼없이 곁을 내어주던,

순하도 따뜻너에게서

아주 진득한 사랑을

베끼듯 배웠으면 좋겠다


잘난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조금은 고집스럽고 세련되지 못해

내가 너를 닮아

변함없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따라

하루라 지루할 일이 없

나날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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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언젠가 글을 쓴 적이 있었지만 나는 라디오라는 물건을 무척 사랑한다.

 일단 라디오는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내가 가진 라디오는 비교적 비싼 편에 속하는 티볼리의 헨리 크로스 모델 원으로 2대를 가지고 있는데, 대당 가격이 20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래도 본격적인 오디오와 비교하자면 속된 말로 껌값도 안된다. 오디오 중에는 스피커 값만 천만 원이 넘는 모델도 있다. 수제작으로 제작되는 진공관 앰프로 국내의 장인이 만든 제품(작품으로 표기해야 예의이겠지만) 중에서도 천만 원이 넘는 것이 있다.

 또 하나, 라디오는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간혹 예전에 극장에서 사용되던 알텍 A5와 같은 대형 기기를 좁은 집 거실에서 운용하는 애호가들을 보게 된다. 특히 오디오가 설치된 공간이 아파트의 거실이라면 완전 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 알텍 A5와 같은 극장용 스피커는 극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출력을 한껏 올려 들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그렇지 못하면 성능의 저하를 피할 수 없다. 음압이 높은 이 스피커를 집에서 듣는다면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소편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볼륨을 한참 줄여서.

 반면에 라디오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라디오는 음악을 듣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집에서 메인 오디오로 음악을 들을 때에는 아무래도 집중해서 음악을 듣게 된다. 음악에 몰입해 있는 마당에 아내가 "여보, 커피 한 잔 마실까?"라고 말하면 음악을 듣는 마음이 흐트러진다. 물론 아내의 의도는 내 손으로 커피를 타 달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툴툴거렸다간 졸지에 속 좁은 인간이 된다.

 반면에 라디오는 충분히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들을 수 있다. 그만큼 편하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범용성이 높은 오디오이다.

 물론 어떤 이는 전원주택 지하실에 따로 오디오 감상실을 차려놓고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다. 여유가 있어 호사를 누리는 데 토를 달 일은 아니지만, "음악이란 생활 속에서 공유되는 것이지 무슨 도 닦듯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빈정거려 보기도 한다.

 모든 면을 감안할 때 라디오는 '빈자의 오디오'라고 칭송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디오에는 지난날의 소박하고 따뜻한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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