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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an 10. 2022

교회가 아닌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 밤과 꿈의 신앙 에세이(7)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 과연 무엇일까.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순종을 먼저 꼽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순종은 신앙인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비 신앙인에게는 말씀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순종의 대상은 하나님이며, 이는 하나님의 현현인 말씀에 대한 순종이다. 따라서 말씀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순종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히브리서 11: 8)


 순종의 의미를 잘 알려주는 성서의 구절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가나안 땅으로 떠나갈 때 "순종하여...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떠나갈 때 그의 나이가 75세였다. 아무리 구약 성서 속의 인물들이 오래 살았다고 하더라도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근거지를 떠나기에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 왜 없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고향을 떠나 이사를 가는 것과는 개념 자체가 다른 일에 맞닥뜨리게 될 일이었다. 게다가 순종하여 힘겹게 도착한 땅에서 기근이라는 고난을 겪게 되었으니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 법도 할 일이었다.

 그러나 성서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아무 의심도 없이 하나님께 순종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연단을 겪은 후 하나님께서 언약하신 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순종이란 하나님에 대한, 그 말씀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없는, 온전한 믿음을 뜻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순종의 의미가 곡해되어 스스로를 적용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말씀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교회의 직분자로서 봉사와 같이 교회에서의 사역을 감당하는 것을 순종이라고 여기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 둘이 같아 보이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말씀은 흠결이 없는 진리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을 경배하며 예수를 따르는 믿음의 공동체이지만 불완전한 인간들의 불완전한 공동체인 것이다. 

 중세 교회가 교회의 대표자인 교황의 무오류성을 교리로 내세웠지만 이후 교회가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오류에 반발, 성직의 개념을 없애고 중앙집권적인 교권을 대신하여 개교회주의를 표방한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의 현실도 중세 가톨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말씀이 교회의 권위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전하는 목사가 교회의 권위로 인식되는 잘못이 한국 개신교계에 널리 퍼져 있다. 이와 같은 왜곡은 순종이라는 그리스도인의 덕목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교회가 구성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구성원인 교인의 봉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대부분의 교인들은 순종하는 마음으로 교회학교 교사로, 성가대원으로, 그리고 주차요원이나 애찬실(식당)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봉사로 연결된 인간관계에서 크게 상처를 받고, 심지어는 교회를 떠나게 된다. 교회의 직분도 그렇다. 목사, 장로나 권사, 집사와 같은 교회 직분이 교회의 서열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때때로 이들 직분이 사회 조직을 그대로 교회로 옮겨놓은 듯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직분 제도에 반대한다.

 교회의 위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언제나 올바른 모습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인이 바라보아야 할 신앙의 대상은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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