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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Feb 13. 2022

저의(底意)가 없는 행동으로


날벌레 한 마리

차 안에서 날아다닌다

겨울 추위를 피해

숨어들었겠지만,

타고난 명줄은 길어도

안식(安息) 멀어서

창을 내리고 

쫓는 손길을 피해 

필사적으로 몸을 숨긴다


날벌레는 용하게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대시보드에 안착해 보지만,

등록증 커버 찍혀

(벌레에게 영혼이 있다면)

(幽明)을 달리한다

(벌레에게 영혼이 있다면)

벌레여, 천국에서 편히 잠들라


마음에 이는 죄책감은

오늘이 주일이라서가 아니다

가여운 벌레는

추위를 피해 차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날벌레를

밖으로 내보내고자 했을 뿐

서로 다른 저의가 없었다

내가 조금만 불편했더라면

날벌레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이처럼

저의가 없는 행동으로도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두고두고 후회를 남긴다

살의가 없었던

날벌레의 죽음으로

마음이 찜찜한 주일에

확인하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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