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 박래부의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를 읽고
1980년대 중반, 장명수 기자와 김훈 기자와 박래부 기자는 신문지면에 '문학기행'을 만들어 가면서 그 세월을 견디어 냈다. 그것만이 치욕과 슬픔을 밥처럼 장복했던 그 참혹한 시절을 통과해가는, 우리들 직업의 선후배들의 성실성이며 꿈의 실천이었다. 그 이외의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거나, 보여도 갈 수 없었다..... 장명수 선배의 기획과 지도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속 썩이고 말 안 듣고 제 잘난 척하는 못된 후배들을 감싸고 달래고 져주고받아주는 그분의 마음의 깊이가 아니었다면 '문학기행'은 성립될 수도, 지속될 수도 없었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서 쪽빛이 되기도 하고 은빛이 되기도 하는 그 요사스러운 잔 물결들은 물 속 깊숙이 들어와 잠긴 연안의 산자락들을 구석구석 쓰다듬고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 김훈(한승원의 '그 바다 끓며 넘치며': 여인의 교태처럼 요사스러운 잔 물결의 바다)
"객주는 우리에게 유랑의 슬픔과 고단함을 가르쳐 주는 '길의 서정소설'... '객주'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김동리의 '역마'가 보여준 길의 서러운 서정이 있고, 전후의 미국 작가 잭 케루악이 '노상에서'를 통해 보여주었던 길의 자유로움이 숨 쉬고 있다."
- 박래부(김주영의 '객주': 길의 문학을 피워낸 그 길에 객주는 없고...)
"무진은 사람들의 일상성의 배후, 안개에 휩싸인 채 도사리고 있는 음험한 상상의 공간이며, 일상에 빠져듦으로써 상처를 잊으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강요하는 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는 괴로운 도시이다."
- 김훈(김승옥의 '무진기행': 시간도 삶도 안개 되어 떠돌던 음험한 공간)
"보리밥과 삶은 감자, 시든 고추와 검은 된장에서는 남루하지만 아직 불행의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은 바로 그들이 앉아 있는 조각 마루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느닷없는 불행 앞에서 무력하게 노출돼 있는 벌거벗은 그들의 삶, 바로 그 앞에서."
- 박래부(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시각이 정지된 양, 아직 그대로인 '난장이들'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