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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Mar 24. 2022

바로크, 서양 음악의 전환기

- 새롭게 읽는 서양 음악사(7)


바로크의 개념과 전개 양상


 15~16세기의 르네상스 예술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 17세기의 예술 양식을 일컬어 바로크 양식이라고 말한다. 바로크라는 용어는 '이지러진 진주'라는 뜻으로 18세기의 신고전주의자들에 의해 17세기의 예술 경향이 비규칙적이거나 자의적이라는 이유로 다소 악의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바로크를 전후한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의 예술이 이지적이고도 균형감을 가진 경향을 지녔다면, 이에 반해 바로크 예술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의 예술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리고 바로크 예술에는 장식적이고도 화려함과 더불어 개인주의적인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르네상스인들이 그들의 예술적 지향점을 그리스의 고대 시대에 두고, 중세 시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듯이 18세기의 신고전주의자들 또한 고대 시대의 예술을 고전으로 인식, 이를 계승하고자 했다. 그래서 한 세기 앞선 시대의 예술을 바로크라고 칭하면서 이를 폄하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바로크 예술이 르네상스 예술과는 다른 차이점을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의 회화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한다.


루벤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앞서 살펴보았던 르네상스 회화의 특징이 원근법과 명확한 윤곽선의 사용에 있었다면, 바로크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윤곽선보다는 명암의 대비를 강조했다는 것에 있었다.

 명암의 사용은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명암의 대비가 비사실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화면의 중심을 구성하는 예수를 마치 무대의 조명이 집중되듯 밝게 표현하고, 그 외의 인물 군상과 배경에 차등을 두어 명암을 대비시켜 주제를 강조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르네상스 미술이 정적이었다면 바로크 미술은 동적이라는 사실이다. 바로크 시대에 들어 그림과 같은 화면의 수직적인 구도가 빈번하게 사용, 드라마틱한 화면 구성이 가능케 되어 르네상스 미술의 수평적인 구도가 주는 온화함에 비하면 확연하게 구별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바로크 회화의 특징은 너무나도 유명한 베르메르의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도 발견된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 그림에서는 윤곽선은 물론, 인물 이외의 배경이 아예 사라져 그만큼 소녀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녀의 시선 처리는 정적인 화면 구성에도 불구하고 미묘하면서도 큰 파장의 동세를 화면에 부여하고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르네상스 미술이 정적이었던 반면, 바로크 미술은 동적이었다. 또한 르네상스 미술이 사실적인 원근법을 사용, 배경과의 조화로운 화면을 구성하고 윤곽선으로 섬세한 필선을 구사했다면, 바로크 미술은 윤곽보다는 명암을 사용, 그 대비 효과로 중심 오브제를 강조하고 간결한 필선과 극적인 화면 구성을 구사했다. 


 바로크는 한 시대의 예술 양식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17세기라는 시대가 종교개혁에 뒤이은 삼십 년 전쟁 등의 사건으로 역사적 격동기였기 때문에 시대정신으로 승화될 여건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또한 예술에 편향된 방법론으로 해서 시대정신으로 승화되지 못한 점은 마찬가지. 오히려 종교개혁의 정신이야말로 진취적인 지향점으로 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시대정신이 될 수 있었다. 17세기의 사회적, 역사적 혼란도 종교적 갈등을 넘어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 양식으로서 바로크는 약간 앞서 같은 시대에 등장했던 매너리즘과 마찬가지로 17세기라는 분열된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바로크 양식은 분열된 시대 상황을 따라 '궁정적, 가톨릭적인 바로크'와 '서민적, 개신교적인 바로크'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동적이고 극적인 바로크 예술의 일반적인 특징과 함께 장식적이며 환상적인 요소가 모든 예술과 문학에 공통적인 특질로 나타난다. 따라서 신고전주의적 시각으로 볼 때 바로크 예술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도 기괴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바로크 예술의 이와 같은 경향은 예술가가 르네상스 시대에서는 자연을 모방하는 존재였다면, 예술가가 이성과 감정을 가지고 자연을 창조하는 존재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오랫동안 유럽을 지배해온 형이상학적 사고에서 현세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크 음악의 일반적인 특징


 바로크 예술이 가진 기괴함(바로크 예술이 신고전주의자들에게는 르네상스 예술과 비교할 때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과 자의적인 성격이 음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종종 음악 관련 서적에서 언급되곤 했다. 그러나 이는 보다 복잡한 구조와 심각한 내용의 음악을 경험한 현대인의 시각일 따름으로, 바로크 시대의 음악 예술 또한 르네상스 음악과 비교하자면 충분히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동적이고 극적인 양상을 지니고 있다.

 이제 음악에서 나타나는 바로크 양식의 일반적인 특징을 정리, 서양음악의 역사에서 한 전환기의 근거를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오랫동안 서양음악의 구조를 형성해오던 교회선법을 대신해 지금의 장, 단조 체계를 갖춘 것이 바로크 시대에 이루어졌다.

 둘째로 기악 음악의 획기적인 발전을 바로크 음악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마드리갈과 같은 세속 음악에는 인성에 기악 반주가 함께 따랐고 콘소토라는 기악 음악 장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악기가 획기적으로 발달하여 본격적으로 기악 음악의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루어 합주 음악뿐만 아니라 독주 악기를 위한 음악이 등장한 때가 바로크 시대였다.

 셋째, 음감상으로 바로크 음악을 다른 시대의 음악과 구별하는 것으로 통주저음(bosso continuo, 혹은 지속저음)의 사용을 들 수 있다. 음악사에 있어 바로크 시대를 통주저음의 시대라고 일컬을 만큼 통주저음은 바로크 음악의 화성적 토대를 이루었던 것으로, 이것은 악보에 별도의 표기 없이도 베이스 성부를 연주하는 통주저음 악기로 베이스 성부를 끊김 없이 지속적으로 연주함으로써 연주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감상의 예 7-1)

이 통주저음은 현대 재즈 음악의 리듬 섹션(드럼과 베이스로 구성)의 개념과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감상의 예 7-2)

 그리고 쳄발로(국가에 따라 하프시코드, 클라브상으로 불린다)와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바로크 시대에 많이 사용되었던 비올족의 찰현악기로 첼로와 같이 무릎에 끼우고 연주했다), 류트가 통주저음을 구성하는 악기였다. 

통주저음이 포함된 연주의 예
# 쳄발로(cembalo, harpsichord, clavecin): 피아노 이전에 주로 사용했던, 건반 발현악기로서 피아노가 망치로 현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면, 쳄발로는 발목이라는 가죽으로 감싼 막대로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 16~18기에 걸쳐 사용되었으며, 18세기 고전주의 시대에서도 교향곡의 리듬을 담당하면서 지휘와 같이 음악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외관상 피아노와의 차이점은 2단 건반으로 이루어졌고, 청아한 소리의 매력이 있다.

#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비올족의 베이스에 해당하는 악기로 생김새는 첼로와 큰 차이가 없지만 첼로가 4현으로 이루어진 악기라면 비올라 다 감바는 5~7현으로 이루어진 찰현악기이다.

쳄발로의 모습
비올라 다 감바의 연주 모습

 넷째로는 바로크 시대에는 르네상스의 다중 합창 구조에서 유래한 콘체르(concerto) 양식으로 각 성부의 독자성을 강조하여 더욱 풍성하고 장식적인 음악이 가능케 되었고, 이는 협주곡의 전 단계인 합주협주곡(concerto grosso)으로 발전한다.

  끝으로 바로크 시대는 성악 음악에 있어 오페라(opera)라고 하는 극적인 장르가 탄생한 시대였다.

 그리고 바로크 시대에는 오페라를 비롯한 성악 음악이 기악 음악의 콘체르토 양식과 통주저음의 대위적인 화음 체계의 도입으로 보다 화려한 경향을 보였다.


이탈리아, 오페라와 콘체르토 양식의 탄생


 르네상스 예술의 발상지인 북부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만토바에서 16세기 말 오페라는 탄생하고 발전했다. 이곳에서 시인과 음악가들의 모임인 카메라타(camerata)에서 고대의 연극을 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페라의 형식이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피렌체와 만토바의 궁정에서 공연되었지만 1637년 베네치아에 최초로 오페라 극장이 완공됨으로써 오페라는 궁정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이 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환기에 활동했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에 의해 본격적인 대규모의 오페라가 작곡되었다. 특히 그가 만토바 궁정을 위해 1607년에 작곡한 오페라 오르페오는 온전한 형태의 악보로 존재하는 최초의 오페라이다. (감상의 예 7-3)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의 무대

 그 외 몬테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오디세우스의 귀향', '포페아의 대관' 또한 걸작이다.

 몬테베르디는 바로크 양식인 오페라 이전에 르네상스 성악 양식인 마드리갈의 주요 작곡가인 만큼 그는 르네상스 시대 말기와 바로크 시대 초기에 걸쳐 활동한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성악과 기악은 상호 의존적으로 발전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기악은 주로 성악의 보조 기능만  감당했었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본격적으로 기악 음악이 독립적인 장르로 탄생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형식이 콘체르 양식이며 콘체르토의 탄생은 개인주의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콘체르토는 르네상스 시대의 다중 합창 기법이라는 성악의 영향을 받았음은 이미 언급했다. 콘체르토를 협주곡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지만 바로크 시대의 콘체르토와 고전주의 시대의 협주곡에는 차이가 있다. 콘체르토라는 말의 어원에는 정반대의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그 하나가 '경쟁하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협력하다'라는 뜻이다. 정반대의 뜻이지만 '같이 한다'라는 의미에서 두 가지 의미를 지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바로크 협주곡이 '경쟁하다'는 뜻에 가깝다면, 고전주의 협주곡은 '협력하다'라는 의미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감상의 예 7-4)

 또한 바로크 협주곡과 고전주의 협주곡의 중요한 차이점은 고전주의 협주곡이 독주 악기와 합주 악기, 즉 오케스트라의 연주 구분이 명확한 반면, 바로크 협주곡은 아직 독주 악기의 연주와 합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합주협주곡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고전주의 음악을 다룰 때 한번 더 언급하겠지만 고전, 낭만주의를 그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협주곡에 정착된 카덴자(cadenza, 협주곡에서 독주 악기 연주자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첨가된 것)도 성악 음악인 오페라에서 성악가가 기량을 뽐내는 아리아에서 유래한 것이다.


독일의 바로크 음악: 서민적, 개신교적 바로크


 오페라와 콘체르토 양식을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바로크 음악이 궁정적, 가톨릭적 바로크의 좋은 예라고 한다면, 바로크 음악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한 독일의 바로크 음악은 서민적, 개신교적 바로크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르네상스가 남부 이탈리아의 지역 양식으로 출발한 반면, 음악에 있어서 바로크는 남부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큰 흐름을 형성한다. 이는 이후에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양산하게 된다.

 독일의 바로크 음악은 종교개혁기의 마르틴 루터로부터 출발한다. 루터교회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로마교회, 즉 가톨릭 전통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예배 음악에 주로 독일어를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반면에 급진적인 개신교인 칼뱅파는 예배의 찬송에 따르는 반주조차 허용하지 않아 교회의 오르간을 파괴하는 등 음악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시기에 루터교회에서 작곡되고 예배에서 부른 코랄은 이후 독일 바로크 음악의 기초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독일 남부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간의 무역이 음악에도 영향을 끼쳐 한스 레오 하슬러(Hans Leo Hassler, 1564~1612), 미하엘 프레토리우스(Michael Pratorius, 1571~1621)와 같이 베네치아악파의 거장 지오반니 가브리엘리(Giovanni Gabrielli, 1557~1612)의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이 독일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독일 바로크 음악의 초석을 닦는 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 두 명의 음악가가 있었다. 

 바로 중부 독일 작센의 궁정에서 활동한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utz, 1585~1672)독일 북부의 뤼벡에서 활동했던 디트리히 북스테후데(Dietrich Buxtehude, 1637~1707)그들로 쉬츠의 교회 음악, 특히 성악 음악과 북스테후데의 오르간 음악은 바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오랫동안 잊혀져 오다 고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재평가가 이루어진 음악가들이다. 다음 장에서 바흐를 다룰 때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음악에 있어 바로크 시대는 장, 단조 체계가 정착되었다는 점, 비로소 기악이 독립된 장르로 등장했다는 점, 성악에 있어서도 오페라라고 하는 복합적인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전환기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바로크 음악 전성기의 전개와 그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바흐의 음악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감상의 예 7-1)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바로크 시대의 소나타라는 용어는 고전주의 시대의 소나타와는 관련이 없다.

 이곡의 트리오란 플루트와 바이올린, 그리고 통주저음 악기인 쳄발로의 조합을 뜻하지만 통주저음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를 추가, 저음을 보강하기도 한다.

https://youtu.be/RCh4wB2YcJ4



감상의 예 7-2)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이 4중주 형태로 연주한 'You Look Good To Me'.

 재즈에 있어 일반적인 트리오 구성은 피아노와 리듬 섹션인 드럼, 그리고 베이스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기본 구성 위에 금관악기가 추가되는데 이 영상의 경우 기타가 추가로 구성되었다.

https://youtu.be/WRuY3_4BxhE



감상의 예 7-3)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 중에서 오르페오의 아리아 '하늘의 장미여'.

https://youtu.be/wni1GVRlMtc



감상의 예 7-4)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6번.

 두대의 바이올린과 바소 콘티누오로 이루어진 합주 악기의 조합으로 구성된 합주협주곡.

https://youtu.be/CexJQ8VWJ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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