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성 음악, 신의 영광을 위하여

서양 음악사를 이끈 10가지 장면(2)

by 밤과 꿈

다성 음악이란


다성 음악이란 무엇일까요? 다성 음악, 혹은 폴리포니(Polypony)는 둘 이상의 독립된 선율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음악입니다. 이에 비해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하나의 선율로 이루어진 성가를 단선율(Monopony) 성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호모포니(Homopony)라는 것이 있습니다. 적절하게 번역된 용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화성으로 이루어진 음악을 말합니다. 둘 이상의 선율로 이루어진 음악이지만 하나의 주선율이 음악을 이끌고 나머지 성부가 이에 일정한 규칙을 따라 화음을 이루는 형태로 우리가 흔히 듣거나 부르는 음악이 이에 해당됩니다. 여러 개의 선율, 성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호모포니는 폴리포니에서 파생되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음악 이론에 속하는 것으로 당연한 것이지만 애호가들이 주로 접하게 되는 서적에서는 언급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념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이 후의 음악에 대한 이해, 특히 바로크 음악에 대한 이해에 곤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폴리포니가 호모포니로 대체되었다가 푸가나 대위법이란 이름으로 음악사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 바로크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다성 음악의 탄생


단선율의 그레고리오 성가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10세기에 수도원을 중심으로 오르가눔(Organum)이라는 원시적인 다성 음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기본선율에 장식적인 부속선율을 첨가한 형태의 것으로 이런 시도는 로마의 통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던 수도원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2세기에 이르러서는 생 마르샬 수도원에서 부속선율에 불과했던 오르가눔 성부를 기본선율과 동등흔 것으로 독립된 2성부 폴리포니 성가를 창안, 전례에서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성 음악의 발달과 보급에 크게 영향을 끼친 곳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으로 12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레오넹(레오니우스), 페로텡(페로티우스) 등의 작곡가에 의해 이곳에서 창안된 다성 음악은 14세기에 '아르스 노바(신예술)'라고 부르는 새로운 다성 음악이 등장하기 전까지 '아르스 안티콰(구예술)'의 초석이 됩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할 것은 제1강에서 언급했던 기보법의 발달로 악보의 활용이 가능했기에 단선율 성가의 다성 음악으로의 진일보도 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고딕의 광휘는 신의 영광을 위하여


다성 음악이 서양 음악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12세기는 고딕 시대(The Gothic Era)의 여명기로서 웅장하고도 날렵한 첨탑과 내부 기둥을 천장으로 연장하여 아치를 이루는 등 전반적으로 높은 천장과 수직선이 강조된 건축 구조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크고 많은 창으로 외부의 빛을 최대한 내부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고딕 양식의 교회가 건축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고딕의 광휘'라고 말하는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구조였습니다. 수직으로 높게 솟은 천장은 하늘에 닿을 듯하고, 갖가지 영롱한 색으로 물든 빛은 천국의 황홀경을 눈앞에서 시연하고 있는 듯 생각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높은 천장을 맴돌아 내부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성가의 아름다움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성가가 여러 성부를 가진 다성 음악이라면 그것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연출하는 색의 춤에 다채로운 색채를 더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고딕의 건축 양식은 신의 영광을 잘 드러내기 위한 목적의 구조물이었고, 다성 음악의 발전도 그와 같은 목적에 의해 발전의 추력을 강하게 받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을 영광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의 성가


우리가 오래된 중세 성가를 들었을 때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되는 것은 라틴어를 모르는 이상 그 선율의 단순함이 주는 부드러움과 편안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세의 성가는 장, 단조의 구별이 없는 교회 선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선법에 의하면 사용하는 음의 범위가 한 옥타브를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음악이 평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중세 성가는 기준음을 달리하는 8가지의 교회 선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서양 음악이 타 문화권의 음악과는 달리 독보적으로 화성과 다성 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제1강에서 언급한 기보법의 발달과 함께 유럽 가톨릭 전례에 있어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체가 예배를 돕는 보조적 기능에 머물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문화권에서 음악 뿐만 모든 예술의 기원은 종교 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던 것입니다. 음악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접신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음악은 제사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목적에 따른 주요 수단이었습니다. 그 기능이 목적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면 음악을 잘 포장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가톨릭 교회의 성가대와 개신교회의 성가대, 혹은 찬양대의 역할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가 여전히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보조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개신교회에서의 성가대는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와 함께 제사장의 직분을 감당하면서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기능과 함께 성가대가 부르는 찬양을 제물로서 신에게 봉헌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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