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을 바라보며 얻는 교훈

by 밤과 꿈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이기철 시인의 시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의 끝부분이다. 이처럼 하루하루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찬란한 자태로 특별함을 선물하고 마음이 쉬어갈 그늘을 만들어 주던, 숨 막히게 아름다운 꽃의 시간이 아쉽게도 저물어간다.

잠깐이었다. 금년은 특히 꽃이 우리 곁에 머물던 시간이 짧았던 것 같다. 예년에 비해 개화 시기가 일주일이 늦었던 탓으로 생각된다. 한 주간 늦게 꽃이 폈다고 한 주간 늦게 꽃이 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아쉬움을 남기고 서둘러 꽃이 진 자리를 신록이 재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이 또한 가속이 붙었는지 하루가 다르게 나무들이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생태계의 변화에 속도감이 느껴진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구 온난화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십일 이상 피어있는 꽃이 없다는 말로 그만큼 인생이 무상(無常)하다는 뜻일 것이다.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야속하게도 가속이 붙어 빨리 지나가는 것이 시간임을 실감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살아온 인생길에는 그리움이나 아쉬움과 같은 정리하지 못한 감정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길바닥에 떨어져, 스쳐가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를 닮았다. 떨어진 꽃잎이 드없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나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시간은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1960년대에 널리 유행한 미국의 포크 음악에 'Turn, Turn, Turn'이라는 노래가 있다. 유명한 포크 가수 피트 시거(Pete Seeger)가 구약의 전도서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노래로 본인은 물론, 주디 콜린스(Judy Collins), 그룹 버즈(The Byrds) 등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모든 것이 돌고 돌아

계절이 바뀌듯 돌고 돌아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변해간답니다


'Turn, Turn, Turn'이라는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노래한다.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그리고 죽을 때가 있으면 소생할 때가 있다"라고.

이것이 당연한 자연의 모습이고, 우리의 삶도 이에 다르지 않다. 꽃의 시간이 지나가면 한동안 짙어가는 초록의 시간이 있고, 초록을 뽐내던 잎사귀마저 시들어 떨어지는 시간을 지나 기나긴 칩거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의 삶 또한 그래서 무모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젊음의 시간과 중장년의 성숙한 시간을 거쳐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 것이다. 삶의 여정에서 아쉬움이야 남기게 되겠지만 인생 자체가 무상한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형상이 이루어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합당한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대자연의 섭리에 닿아있는 것이리라고 믿는다. 만일 세상사 모든 일에 목적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공허한 것일까? 우리 삶의 목적이 불변의 진리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목적 자체를 잘못 설정했기에 우리의 삶은 늘 공허하고, 이 공허를 잊기 위해 재산이나 명예에 집착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욕이나 명예욕으로는 깊은 공허를 메울 수는 없다. 오로지 생명의 근본을 바라볼 일이다.

이처럼 꽃이 진자리를 대신해 지금 자라나는 여리디 여린 신록은 짙은 푸름과 왕성한 성장을 향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그래서 생의 모든 과정, 심지어는 죽음마저도 목적이 있는 것이리라. 생명의 근본을 바라보라. 오늘 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얻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