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보라색 꽃을 보기 위해
베란다에서 키우는 쑥부쟁이 화분에
작은 거미 한 마리가 터를 잡았다
스치듯 바라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화분에 물을 줄 때 비로소 보이는데
미처 자라지 못한 풀잠자리 한 마리
거미줄에 붙잡혀 생기를 잃은 채
짧은 생의 전부였을 날개를 접었다
눈앞에 펼쳐진 작은 생태계에 놀라면서
조심조심 화분에 물을 준다
물을 주는 내 손길이 어쩌면
작은 생태계에 재앙일 수도 있다는
넘치는 걱정까지 해 가면서
언제 풀 하나에 관심이 있었다고,
풀벌레의 목숨 따위 안중에 있었다고
하는 걱정이 생뚱맞아 머쓱하고
물을 주는 손길에 맥이 나지만
그래도 바라보는 마음에
두 뼘 남짓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삶과 죽음이 벅차게 아름답다
살아 움직이는 거미와 마찬가지로
풀잠자리의 주검이 아름다운 것이라면
우리, 살아가는 모든 국면이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것이니
아마도 조물주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을 것이다
내가 화분에 물을 주듯 조심조심
우리 세상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