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메타나(Bedrich Smetana)의 교향시 나의 조국(Ma Vlast) 중에서 몰다우 강(Die Moldau)
나는 전라남도 구례에서 경상남도 하동에 이르는 19번 국도의 풍광을 좋아한다.
흔히 섬진강길이라고 일컫는 섬진강을 따라가는 백 리 길에서 조우하는 섬진강의 모습은 수수하고 예쁜 시골 처녀의 자태를 닮았다.
그 소담하고 아름다운 섬진강의 모습에 반해 결혼 직후부터 딸이 5살에 이를 때까지 봄이면 매년 섬진강으로 갔었던 것 같다.
아직 서울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찾는 섬진강 일대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쌍계사 십리길에 벚꽃이 만개했을 때 섬진강을 많이 찾지만 사실 이때는 지나치게 풍경이 화려하고, 벚꽃의 위세에 가려 오히려 섬진강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벚꽃이 피기 직전의 호젓한 분위기가 목전으로 다가선 봄날의 다양한 표정을 느끼기에 더 좋다. 꽃이라면 구례의 산수유도 있고 다리 건너 광양의 매화도 있다.
그때 맞벌이였던 우리 부부가 각자 직장 일을 마친 후 저녁 7시 30분경에 서울을 출발, 어둠을 달려 거의 자정에 가까워졌을 때에서야 하동의 화개장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재첩국 한 그릇으로 밤을 달려온 여독을 달래고 왔던 길을 거슬러 갔다 오면서 섬진강을 완상 한 후에 쌍계사 가는 길의 다원에서 녹차 한 잔, 그리고 점심으로 참게 매운탕과 은어회 한 접시를 먹은 후 서울로 돌아오는 단출한 여행을 즐겼다. 기독교인으로 주일 예배를 감안한 여유 없는 일정의 여행이지만 마음은 항상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유장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의 피곤을 잊고 일상의 여유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비단 섬진강뿐일까. 세상의 모든 강은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삶에 찌든 마음을 정화케 하는 능력이 있지는 않나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것은 강이야말로 우리의 무의식 속에 아로새겨진 삶의 젖줄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살펴볼 때 인류의 생활은 모두 강을 터전 삼아 이루어졌다. 물이 풍부한 강을 터전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국가가 생겨 났다.
강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송어가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오듯 우리의 무의식 속에도 그와 같은 회귀 본능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살다 보면 기쁨이 있듯 슬픔인들 왜 없을까,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어도 외로운 순간이 왜 없을까, 마음속에 분노가 불같이 일거나 타인으로 인한 상처가 아파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왜 없을까.
돌이켜보면 매년 섬진강을 찾을 때마다 세상 속에서 내가 처한 상황이 다 달랐을 것이고 그에 따라 내적 정서 또한 각각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모든 번민이 사라지고 충만한 행복의 자락을 붙드는 기쁨을 마음 한 구석에 소중히 간직하게 된다. 무슨 일일까. 강물의 마법에라도 걸린 것인가.
아마도 흐르는 강물을 향해 내 마음속 번민의 요소를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강물은 우리들 삶의 모습을 보듬고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사람의 삶은 강물을 따라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삶은 강물이 흐르듯 흘러갈 것이다.
악곡의 구성과 추천 음반
스메타나의 몰다우 강은 유장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풍경과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감흥이 잘 나타나 있는 음악이다. 본래 6곡으로 이루어진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두 번째 곡으로 특히 그 선율이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따로 단곡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곡의 도입에서부터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의 모습이 눈앞에 잡힐 듯 적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곡의 진행을 따라 크게 굽이치며 흐르는 물살의 모습 또한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사랑스러운 선율의 명곡이다.
이 곡의 추천 음반으로는
1. 라파엘 쿠벨릭(cond.),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DG)
2. 라파엘 쿠벨릭(cond.),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upraphon)
3. 바츨라프 탈리히(cond.),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upraphon)
4. 바츨라프 노이만(cond.),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upraphon)
5. 카를 안첼(cond.),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upraphon)등과 같이 체코 출신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의한 연주가 민족적 정서가 잘 표출된 연주로 안심하고 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