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 사랑을 한다
밥 먹는 것 같이 열심히 사랑을 한다
먹고사는 일이 치사할 때가 있는 것처럼
때때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치사하다
늘 하는 사랑이 생활과 부대낄 때
치사해서 자주 사랑은 막막해진다
그렇게 사랑이 막막해서 시들할 때
여름날 울창한 가로수에서 만리장성을 쌓는
저 요란한 풀벌레의 사랑을,
세상 시끄러운 스캔들을 본받아
꺼져 가는 사랑을 되살릴 일이다
그래, 오늘이 생의 끝날인 줄 알면서
혼신을 다하여 사랑을 나누는 풀벌레처럼
죽어라 서로 사랑할 일이다
*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 천양희 시인의 ‘사람의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