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의 사랑은

by 밤과 꿈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 사랑을 한다

밥 먹는 것 같이 열심히 사랑을 한다

먹고사는 일이 치사할 때가 있는 것처럼

때때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치사하다

늘 하는 사랑이 생활과 부대낄 때

치사해서 자주 사랑은 막막해진다


그렇게 사랑이 막막해서 시들할 때

여름날 울창한 가로수에서 만리장성을 쌓는

저 요란한 풀벌레의 사랑을,

세상 시끄러운 스캔들을 본받아

꺼져 가는 사랑을 되살릴 일이다

그래, 오늘이 생의 끝날인 줄 알면서

혼신을 다하여 사랑을 나누는 풀벌레처럼

죽어라 서로 사랑할 일이다




*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 천양희 시인의 ‘사람의 일’ 중에서



이전 13화첫사랑의 사진을 불태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