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이웃한 보문사(普門寺),
깊은 타종 소리에 놀라
밤이 멈칫거리며 물러서는
어둠과 밝음의 사이,
그 애매한 시간의 경계에서
모든 사물이 깨어난다
먼저 기침한 어르신이
해묵은 어둠을 걷어내고
텃새들의 부산한 울음소리가
닦달해 새벽을 깨우는 시간에
서둘러 아침을 준비하는,
바쁜 마음도 있겠지만
각성하지 않는 내 마음에
기다리는 새벽은 더디오고
사랑도 밀당의 사이,
그 어중간이 가장 뜨거운 것처럼
박명의 시간에 보는 사물의 윤곽이
오히려 가릴 것 없이 솔직하다
솔직해서,
오늘도 희붐한 시간에 보는
사물의 윤곽이 지극하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