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카라토조프 감독의 영화 '학이 난다'는 스탈린 사후의 변화된 소련 영화를 대변하는 영화로 1958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특별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뛰어난 카메라 워크와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이지만 전쟁으로 인해 어긋난 두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뛰어난 영상과 함께 기억된다.
베로니카와 보리스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 보리스는 전선으로 향하고,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베로니카는 보리스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이 와중에서 보리스의 사촌 마크는 베로니카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데 베로니카는 마크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결혼을 승낙하게 된다.그러나 결혼 생활의 갈등으로 베로니카와 마크는 헤어지지만 종전이 되어도 보리스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직접 전쟁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이다. 이 땅에 얼마나 수많은 어긋난 만남과 아픈 사랑이 있어 왔는가. 이런 어긋난 사랑에는 전쟁이 매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해바라기'가 그렇고 곽재용 감독의 우리 영화 '클래식'이 또한 그렇다. 그만큼 전쟁이 가진 파급력과 비극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긋난 만남이 가지는 물리적 거리를 상정할 때 전쟁만큼 명확한 예를 찾기 힘든 까닭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긋난 만남은 전쟁과 같은 물리적 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어긋난 만남이 가지는 심리적 거리에 의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의 고뇌와 상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들 수 있다.
투르게네프의 자전적인 소설 '첫사랑'은 주인공 블라지미르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도도한 처녀 지나이다 사이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투르게네프의 뛰어난 성격 묘사와 주제 의식으로 해서 이 소설은 상투성을 벗어던지고, 각각의 경우가 다르지만 첫사랑의 경험이 있을 우리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첫사랑의 미망에서 벗어나는 순간 첫사랑의 본질을 깨닫고 인간적 성숙을 이룬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주는 호소력이 크다.
블라지미르의 아버지가 블라지미르에게 말한다.
"내 아들아, 여인의 사랑을 두려워하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하라"라고.
이 말이야말로 이 소설의 주제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어긋난 만남은 마음속에 아픔으로 남는다. 그 아픈 사랑이 누구나 겪는 젊은 날의 성장통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나온 인생의 한 지점을 풍성하게 해 준 의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