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과 꿈 Jan 03. 2023

낭만주의 음악의 시대별 전개

- 새롭게 읽는 서양 음악사(15)

 

 앞서 13장에서 낭만주의는 독일에서, 그리고 문학 운동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리고 낭만주의는 계몽주의의 반동으로 등장한 정치적인 목적의 시대 흐름이었다는 사실 또한 언급했다. 그러니까 낭만주의는 귀족 사회의 몰락과 시민 계층의 대두라는 사회적, 역사적 변혁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14장에서는 낭만주의 음악의 장르별 전개 양상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낭만주의의 시대별 전개 양상에 대하여 다루어 보기로 한다. 낭만주의 자체가 한 세기를 관통하여 방대하게 전개된 문예사조인 데다가 19세기가 격동의 시대였기에 문학과 예술 또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낭만주의 음악의 시대별 전개 양상을 언급하고자 한다.


초기의 낭만주의 음악(1800~1830)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의 이행기에 가장 중요한 작곡가로서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이미 언급했었다. 이를 다시 한번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으로 본 고를 시작한다.

 빈 고전파의 마지막 계승자로서의 베토벤은 분명 고전주의 음악의 양식에 충실한 작곡가였지만, 그의 영혼과 음악적 이상은 낭만주의에 연결되어 있었다.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불굴의 의지는 조화와 안정, 균형감과 같은 고전주의적 이상보다는 낭만주의적 이상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 형식은 후기 현악사중주와 합창 교향곡 등 몇몇 작품에서 발견되는 진보적 방향이 있어도 본질적으로 고전적이다.

 한편 슈베르트는 낭만주의 음악 작곡가로서 첫 장에 기록될 만큼 낭만주의 음악의 실질적인 비조라고 할 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베토벤을 존경했던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이 따라야 할 규범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고전적이라고 하기에는 낭만적이었다. 특히 리트(예술가곡)의 장르에서는 그 이전의 어느 누구도 이르지 못한 미답의 경지를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낭만주의적인 음악의 전형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슈베르트와는 다른 측면에서 낭만주의 음악의 문을 연 한 음악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바로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로서 오페라에서 낭만주의 음악의 시작을 알렸다. 베버가 슈베르트와 함께 초기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가 된 것에는 단지 그가 살았던 시대가 낭만주의 음악의 여명기였다는 단순한 사실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초상

 앞에서 언급했듯이 낭만주의는 독일 문학에서 시작되었다. 괴테와 실러의 ‘질풍노도’도 낭만주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지만, 호프만 스타일의 동화적, 신화적 소재를 사용한 문학이 낭만주의 문학의 한 특징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고 작곡된 베버의 마탄의 사수는 신화와 전설적인 소재를 가진 독일 국민 오페라인 징슈필의 탄생을 알린 최초의 오페라로서, 베버는 슈베르트와 함께 낭만주의 음악의 탄생을 알린 작곡가가 되었다. (감상의 예 15-1)

# 징슈필: 18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오페라의 하나로 형식적으로는 말로 하는 대사와 노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노래는 비교적 단순한 선율로 구성,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전설이나 동화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특징이 있다.
 고전주의 시대 모차르트의 오페라 ‘요술 피리’도 징슈필 오페라로 ‘사랑으로 인한 구원’이라는 심오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동화적인 요소로 해서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독일 민족의 전설과 설화를 소재로 창작된 최초의 독일 민족 오페라는 베버의 ‘마탄의 사수’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후기 낭만주의의 바그너에 의해 계승된다.


중기의 낭만주의 음악(1830~1850)


 중기의 낭만주의 음악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로 부터 시작된다. 베를리오즈가 1830년에 발표한 ‘환상 교향곡’은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환상 교향곡이 야기한 반향은 양극단의 평가를 낳았는데 이는 20세기에 들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쏟아진 찬사와 야유에 비견할 만한 것이었다.

 흔히 표제음악의 시초라고 하는 ‘환상 교향곡’은 원제가 ‘5부로 이루어진 대환상 교향곡’으로 ‘어느 예술가의 생활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었다. 다소 장황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환상 교향곡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음악이었다. 그리고 이를 표제음악이라고 한다. (감상의 예 15-2)

 표제성을 가진 음악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나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과 같이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들 음악을 표제음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표제음악이라는 용어는 베를리오즈가 처음 사용한 낭만주의 음악 양식의 하나로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상 교향곡을 비롯한 베를리오즈의 모든 음악은 문학적, 연극적 주제와 결부되어 있다. 그리고 이 주제를 잘 표현하기 위해 베를리오즈는 기존의 음악 어법과는 전혀 다른 표현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초상

 그 최초의 작품인 환상 교향곡이 세상에 선보인 해가 1930년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1830년은 프랑스에서 7월 혁명이 일어났던 해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에서 발흥했던 낭만주의 문학이 이 사회적 변혁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도 꽃을 피워, 알렉상드르 뒤마와 빅토르 위고 등의 문학이 등장했다. 베를리오즈가 이와 같은 시대적 전환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더라도 그의 음악이 큰 변혁이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후 낭만주의 음악은 프란츠 리스트의 화려한 비르투오소와 쇼팽의 낭만적인 감성, 슈만의 시적인 음악, 멘델스존의 낭만적 고전주의 등 다양한 면모를 표출하며 전성기를 구가한다. (감상의 예 15-3~4) 이들 작곡가들에 대해서는 14장에서 이미 다루었으므로 따로 언급을 생략한다.

 그리고 낭만주의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인 민족 음악의 대두, 그리고 낭만주의 오페라는 별도의 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후기의 낭만주의 음악(1850~1890)


 리스트로부터 이어지는 후기 낭만주의는 반음계적 화성을 적극 도입한 바그너와 이를 추종하는 이후 세대인 브루크너, 프랑스의 프랑크와 이에 반하여 고전주의적 경향의 음악을 작곡한 브람스를 포함한다.

 이 시대의 음악이 또한 간단치 않으므로 다음 장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루어보도록 한다.

 또한 롯시니로부터 이탈리아 오페라의 유산을 이어받은 베르디도 낭만주의 오페라를 다루는 장을 분리, 언급하기로 한다.



감상의 예 15-1)

베버의 징슈필 오페라 ‘마탄의 사수’ 중에서 ‘사냥꾼의 합창’.

https://youtu.be/cMV5W0s15PQ


감상의 예 15-2)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에서 2악장

https://youtu.be/IKUYWVrajLk


감상의 예 15-3~4)

프란츠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

https://youtu.be/9bFwN0aVgLk

슈만의 교향곡 4번 4악장(부분)

https://youtu.be/DVGHduhd0Ok



매거진의 이전글 찰나(刹那)가 전부를 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