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듣기에 거창하지만
사실 거창한 일이다
우주가 탄생한다는 것
시간과 공간이 열리는 것
칠흑같이 어둡고 깊은 눈동자가
빛을 보고 빛을 발하는 것
감았던 눈을 뜨는 것
눈 깜박할 찰나에 일어난 일이다
찰나에 우주의 역사가 시작되고
찰나에 모든 생명이 깃든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또한 거창한 일이다
우리 마음에서 열리는 작은 우주,
서로가 마주 할 때
까닭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화끈 달아오르는 마음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일이다
내가 목에 머플러를 두르거나
네 맑은 미소가 세상을 밝힐 때
서로 눈길이 머무는 찰나에
마법에 걸린 듯 황홀한
우리 사랑은 뜨겁게 시작된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이미
미제사건을 해결할 증거와 같이
찰나가 전부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