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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an 12. 2023

사람의 마을에 눈이 내릴 때


 어둠이 낮게 깔리는 해 저물녘

 사람의 마을에 반가운 눈이 내릴 때

 온종일 아쉬운 온기를 그리워하며

 실낱같은 염원을 담아

 가난한 마음에 등촉(燈燭)을 밝힌다

 오늘도 추위와 어울려 떠돌다

 얼얼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소년중앙  연탄난로  빽판  교련복  문무대  잉게 숄  마르크 블로흐  전태일

 중학교 생물시간에 해부당한 개구리

 스무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동갑내기 이웃집 여학생

 아팠던 첫사랑의 시간들

 아버지  작은 형 그리고 어머니… 엄마…

 등 등,

 지금은 없는 이름의 목록을

 밤을 새워 떠올리며

 그들과 나누었던 뜨거운

 생(生)의 온기를 기억하리라

 미워했던 순간도 좋아했던 순간도

 모두 사랑의 다른 모습일지니

 애증(愛憎)이 서로 끌어안고

 탐스러운 눈으로 내릴 때

 고독한 마음에 등촉을 밝히리니

 지난 사랑이여, 내게로 와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라

 사람의 마을에 눈으로 내려

 집집마다 골목마다

 삶의 누추(陋醜)를 뒤덮고

 새로운 사랑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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