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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an 10. 2023

내가 비겁하게 내린 ‘헤어질 결심’

-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8)

영화 ‘헤어질 결심’의 OST 편곡 버전, 정훈희의 ‘안개‘


 남녀 간의 사랑이 별 수 없이 신파조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정하고 싶어도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 가사에 공감하게 됩니다.

 고금의 명작들이 사랑을 숭고한 것으로 이상화했지만, 변함없는 진실은 오래된 유행가 가사로 귀착됩니다.

 특히 사람의 사랑이 불완전한 것이기에 죽음도 불사하는, 혹은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생과 사로 갈라서는 인연이야 극단적인 예이겠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랑은 한결같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진실한 사랑이란 사람으로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일이지 싶습니다.

 결국, 유행가 가사와 같이 “사랑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흔하게 쓰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핏 듣기에 말장난처럼 들리는 이 말도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고개를 끄덕일 만큼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최근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모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는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인과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와 수사관이라는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할 결과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 설정 자체가 가혹한 것이어서 꼬인 사랑의 결론은 한 사람의 죽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입니다만, 이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예감하고 그 아픔을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헤어짐을 택하는 경우이겠습니다.

 저 자신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습니다만, 세월이 지난 후 돌이켜 생각할 때 당시의 판단과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제가 내린 ‘헤어질 결심’이 결국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자신의 비겁함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사랑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사랑을 혼자서 끝낼 것도 아닌 것입니다.

 사랑의 당사자인 또 한 사람의 의사를 배제한 개운하지 않은 결심 때문에 그 사랑은 영원한 죄책감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겁하게 결정한 ‘헤어질 결심’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을 끝낼 때 우리는 온전하게 이성적인 상황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우리의 멍청함을 증명하고 있지 않을까요?

 오래된 유행가 가사가 진실로 마음에 다가오는 까닭입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아픈 사랑을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영화 속의 서늘한 사랑과 우리의 이루지 못한, 멍청한 사랑이 모두 짧은 순간일지라도 간절했기에 아름답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 사랑이 있었기에 젊은 날이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요.

 


https://youtu.be/POQaTo57SAg

영화 ‘헤어질 결심’의 OST는 공유가 차단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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