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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Feb 07. 2023

유연(幽然)에 대하여

- 슈베르트의 C장조 현악오중주곡에 부쳐


깊다, 밑도 끝도 없는 고요가

마음 속 깊은 곳,

심연에서 시작된 외로움이

가없이 번지다 가라앉는

뻘처럼 부드럽고

어두운 유연에 대하여

그대, 외로웠던 삶이 그랬다

깊었던 사랑에 대하여

마르지 않는 눈물에 대하여




NOTE

 김정환 시인은 음악 에세이에서 슈베르트의 C장조 현악오중주에 대하여 ‘음악의 유연’이라고 했다.

 유연(幽然), 사전적 의미로 ‘속이 깊고 조용한 상태’를 뜻한다.

 시인의 글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말이다.

 그만큼 잘 쓰지 않는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또한 슈베르트의 삶과 음악에 적절하게 부합하는 말이기도 하다.

 평생(이라고 해봤자 서른 한 해를 살다 이 세상을 떠났지만) 동안 독신으로 살다, 아마도 매독으로 죽은, 그러나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로 지상을 적신 슈베르트.

 그가 죽음을 예감하고 쓴 유언과도 같은 음악이 바로 이 곡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얻는 체념과 같은 평온이 이 음악에는 있다.

 유연, 그 지경 너머에 있는 슈베르트의 삶이 눈물겹다.

 

https://youtu.be/QtIbhWZj8Go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곡 중 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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