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10)
빌 에반스(Bill Evans)의 ‘You must believe in spring’
바야흐로 시절은 입춘을 지나 빠른 걸음으로 봄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밤낮의 일교차가 심하고 몇 번의 꽃샘추위가 반가운 봄을 시샘하겠지만, 한 번 찾아온 따스한 봄햇살의 미소를 어지간한 강박으로는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마음 한가득 봄을 바라는 설렘으로 채우고 희망에 부풀어 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봄은 겨울을 지나 기진했던 생명력을 회복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자연이 가장 왕성한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계절은 여름이 되겠지만, 새로운 생명력이 발아하는 봄이 없다면 여름의 창성한 생명력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여름이 없다면 가을의 결실 또한 없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대자연의 순환을 따라 삶을 영위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명이 멈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시작이 있으니 끝이 온다고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만 생명의 싹이 움트는 봄에 꺼져가는 생명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이 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로한 어르신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한 노인들은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탈이 나곤 합니다.
그래서 환절기에는 부쩍 부고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중증의 뇌경색으로 7 년을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제 어머니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 앉을 수도, 식사를 할 수도 없이 언어 장애까지 있어 7 년을 모두 요양병원에서 생활하실 수밖에 없어 병원 의료진과 개인 간병인의 케어가 부족함이 없었지만, 돌아가시기 3년 전부터는 연례행사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마다 응급실을 거쳐 대학병원에 며칠씩 입원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마음속으로 매년 어머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 해의 연말에는 어쩌면 내년의 봄이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맞이할 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부디 어머니께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봄날에 만개하는 꽃소식을 듣고 떠나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결국 어머니께서는 꽃이 피어나는 봄날, 그해의 부활절 다음날, 당신께서 태어난 날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때의 저와 마찬가지로 봄의 기운과는 달리 마음을 졸이면서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간절하고도 두려운 마음을 알기에, 힘겹게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에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