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 튀르키예 지진 희생자를 추도하며

by 밤과 꿈


밝은 해가 떠올라 잠자리를 비추기 전에 꾸는 꿈은 달콤했다 꿈결에 느끼는 아내의 존재에 잠시 안심할 때 하늘이 무너지고 어둠이 세상을 뒤덮었다 기어코 잠자리를 비추지 못한 햇살이 눈을 간지럽히고 잠을 깨웠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하는 입맞춤이 하루의 보람일 수 있었고 아침에 마시는 진한 커피에 하루의 행복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보람이나 행복을 더듬을 한순간의 겨를도 없이 보금자리가 무너져 내리고 소박한 보람과 행복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세상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아내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아내의 가냘픈 몸은 무너져 기운 벽체에 짓눌린 채 미동도 없이 아무 대답이 없다 청천벽력이 깃털처럼 가벼운 아내의 영혼을 앗아가 버렸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삶의 유일한 보람으로 알았던 아내는 오늘 아침도 사랑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며 함께 커피를 마시는 소소한 행복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초점을 잃은 채 감기지 않은 아내의 두 눈에는 어두운 죽음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을 뿐 행복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온기를 이끌고 아내로부터 떠나갔다

자꾸 무너져 내리며 몸을 짓누르는 건물의 잔해에 숨쉬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간절하게 아내의 눈길을 바라지만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한참 생각할 때 환영처럼 흰나비가 눈앞에서 한가롭게 날아가고

멀리에서는 아내가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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