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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에

-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13)

by 밤과 꿈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 중에서 제1곡 ‘아름다운 오월에’


초록이 짙어가는 오월은 보다 강해진 햇살과 함께 햇살을 받은 안면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는 땀방울이 보람으로 느껴지는 시절입니다.

지난 시간의 화장기를 걷어내고 보여주는 약동하는 생명의 민낯이 아름다운 오월은 어린이날과 어머니날(어버이날로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어머니날이 포근하게 생각되는)이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어린이날은 온종일 내리는 비로 해서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없어 유감입니다만, 허공에서 톡톡 터지는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에서 이 시절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시인 하이네는 오월을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노래하면서, 이 계절에는 ’모든 꽃이 피어날 때 내 마음에도 사랑이 피어나고,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뜨거운 마음을 고백하리라‘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독일은 오월에 꽃이 개화하는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저에게는 꽃이 만개한 봄보다는 푸름이 짙어가는 봄의 모습이 더 좋습니다.

젊음이 내 안에서 머물고 있을 때는 이 계절이 그토록 좋은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오히려 헐벗은 겨울의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그 시절의 우리 사회가 솔직하지 못한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그 나이에는 스스로가 생명력을 넘치도록 발산하고 있기에 이 계절의 생명력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자신에게서 생명력을 조금씩 앗아갈수록 자연이 뿜어내는 생명이 넘치는 모습에 남다른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찰 때가 있으면 빌 때도 있는 법입니다.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노화 현상을 서러워할 일은 아닙니다.

이제 우리의 시간은 무(無)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공(空)에 조금씩 가까이 머물게 될 것입니다.

이때, 공(空)은 서양의 존재론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공(空)은 없음이 아니라 ‘텅 빈 충만’의 실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 시절 제 전공인 물리학에서 볼 때 우주라는 시공간(時空間, time-space)은 단순하게 공허한 공간이 아니라 생명이 사라지고 새로 탄생하는 역동적인 공간입니다.

재미없는 이야기일런지는 모르지만 밤하늘에서 별이 반짝이는 이유는 별이 핵융합 활동으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화성이나 목성과 같은 행성은 비추는 햇빛을 반사할 뿐으로 스스로 반짝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어두운 밤하늘도 빛나는 별로 해서 엄청난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라고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질량과 에너지가 동일하다는 이 법칙에 따라 탄생과 소멸이라는 두 현상이 사실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 이런 차원에서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의 순환도 마찬가지로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자연도 인생도 생명력이 덧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잊지 말고 자연의 순환과 인생을 관조해야 하겠습니다.

다만 자연이 봄을 통해 약동하는 생명력을 보여줄 때 우리는 이에 공감하고 느끼면 될 것입니다.

짧은 이 계절이 이내 지나가고 성하(盛夏)의 뜨거운 열기가 우리를 덮칠지라도 그때까지는 오월의 생명력을 마음껏 호흡할 일입니다.

생명력은 바로 사랑일 터, 지금은 서로 사랑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https://youtu.be/DDt0tNNsoX4

하이네의 시를 가사로 한 슈만의 ‘아름다운 오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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