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람을 소중하게 만든다

-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12)

by 밤과 꿈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에서 미미와 로돌포의 이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에 나오는 말입니다.

유치환 시인이 연인 이영도를 생각하면서 쓴 시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루어지기 힘든 어느 대상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쓴 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으로 인한 행복에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어쩌면 본인은 미처 깨닫고 있지 못할지라도 이미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자신을 향한 사랑을 깨닫지 못할 수가 있을까요?

그것은 그 사랑이 자신을 구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대상을 욕망으로 가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성 간의 사랑에는 소유욕과 독점욕과 같은 욕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젊은 날의 사랑이 때때로 불행으로 기우는 것은 그 사랑이 욕망으로 채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유부남인 유치환 시인이기에 이영도라는 여인을 향한 사랑은 욕망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착이야말로 불행의 씨앗이요, 사랑의 무덤일 수도 있습니다.

왜 결혼을 사랑의 무덤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사랑은 세상의 모든 가치 중에서도 가장 비현실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가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에 결혼은 사랑을 현실로 이끌기 때문에 사랑은 결혼으로 해서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

사랑이 가장 비현실적인 가치일 수가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대상을 비현실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평범했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존재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당신이 자유로운 영혼이라면 어떤 속박이나 집착에서 떠나 사랑이라는 감정의 자연스러운 발로를 외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삶이 조금은 누추할지라도 사랑은 그것을 가리고 사람을 소중하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당신이라면 그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이 어려워 보이는 것은 그만큼 욕망을 감추기 어려워서입니다.

마음이 순수하다면 사랑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가능한 한 많이 사랑할 일입니다.



https://youtu.be/rssYwp-4Bto

미미와 로돌포의 이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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