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14)
베토벤의 현악사중주곡 13번 중 5악장, 카바티나
코비드의 유행 이후로 일반 감기도 독해졌는지 지난 수요일 이후로 심한 감기로 연일 고전하고 있습니다.
감기 자체로 고통을 느낀다기보다는 먹는 약기운으로 해서 한없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며칠 사이에 미루어지는 일들이 늘어가면서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곤란을 겪게 됩니다.
아직은 크게 아픈 경험이 없어 작은 감기에도 느끼는 불편이 크게만 느껴집니다.
최근에 오 년 동안 혈액암을 앓고 있던 교회 권사님 한 분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워낙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 발병 당시부터 자신의 상태를 오픈하고, 체력이 허락하는 한 탈모된 머리를 모자로 가린 채 가급적 예배를 빠지지 않으려고 애써왔습니다.
상태가 호전된 다음에는 짧은 머리를 숨기지 않고 성가대 봉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외모에 신경이 쓰는 여성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오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마음 같지 않은 몸을 이끌고 살아오면서 오만 가지 감정을 모두 느꼈을 것입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함께 교회 성가대원으로 있는 젊은 집사님이 사십 대의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비록 오래지 않다고 해도 예후를 미리 판단할 수 없는 시간을 마음 같지 않은 몸에 생의 전부를 맡겼을 것입니다.
물론 두 분의 경우, 신앙이 불편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가장 큰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낙담한 자리에 하나님께서 함께 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신앙인에게는 든든한 위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비빌 언덕이 있지는 않을 터,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외롭게 견디는 자리에서 스스로 위로를 받고 자신을 향한 연민 너머로 희망을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단독자일 수밖에 없는 개개인이 고난 속에서 위로받고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은 각자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 쓰는 사람은 글로 위로받고,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위로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극복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극복해 가는 법입니다.
위로가 필요한 자리가 바로 희망의 자리입니다.
감기 하나를 못 이겨해 보는, 궁상맞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