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브런치북 발간 프로젝트 공지가 떴습니다. 많은 작가분들께서 공모전을 준비하듯 성심껏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프로젝트에 응모하게 될 것입니다. 저 또한 지금까지 그랬듯이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프로젝트에 응모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 브런치북이 뽑혀 출간 대상이 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글의 스타일과 장르가 출판사의 기호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런치에서 인기가 있거나 실제 출간으로 이어지는 글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패턴과 자신의 글 스타일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스타일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일 것입니다.
사실 출간을 목적으로 했다면 철저한 기획 단계를 거쳐 일 년 이상 매일이 아니라도 진중한 글쓰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그냥 글을 써 온 편입니다. 무조건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에 KBS 라디오에 ‘내 마음의 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방송국에 자작시를 보내면 기성 시인이 평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가 쓴 졸 시 한 편도 방송되는 영광을 누렸는데 문정희 시인께서 “앞으로 크게 늘 것이다”라는 과분한 평을 해 주었습니다. 제 시가 그럴듯해서라기보다는, 시인이 평한 것처럼 그때 쓴 시에는 어떤 응어리가 마음속에서 똬리를 틀고 들끓고 있었기에 발전의 가능성을 보았을 것입니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 세 번을 시가 방송을 타게 되면 지금은 폐간된 시전문지인 ‘심상’을 통해 등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심을 거쳐 방송이 되었던 구조였고, 소정의 원고료도 지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시가 방송된 후 오래지 않아 ‘내 마음의 시’는 편성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더불어 그때 방송되었던 시를 처녀작으로 이후에 30여 년 동안 시는 물론 어떤 글도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문학의 경우 현실과 유리되어서도 현실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어도 솔직한 글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피할 수 없이 현실에 속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고독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 적절한 거리를 찾지 못했기에 삼십여 년을 글을 쓸 용기를 내지 못하고 비문학적인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코로나를 기회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처음에는 매일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음악, 영화 가리지 않고 두서없이 글을 썼습니다. 필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근성 없이 쫓기듯 하는 글쓰기에 대한 반성으로 브런치에 게재하는 글의 회수를 줄여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그동안 썼던 글들을 브런치북으로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브런치에서의 활동에 하나의 단락을 두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보다 진지한 글쓰기를 다짐하면서 당분간 새 글의 게재를 보류하고, 브런치에 올린 글들이 초고였기에 퇴고를 위해 발행을 취소했던 글들을 재발행, 브런치북을 발간,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중간에 멈춘 시리즈가 있지만 언젠가는 마무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