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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un 20. 2024

달을 바라보는 마음자리

- 음악으로 쓰는 에세이(19)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달이 점차로 만월에 가까워지고 있다. 비록 온전히 채워지지 않은 달의 모습이지만 바라보기에 다가올 충만의 때를 바라는 기대감이 있어 좋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볼 때 뜻한 바를 이루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지나온 삶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희망이 강박이 될 만큼 희망 고문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어차피 인생이란 적절한 성공과 적절한 실패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은 행복에도 세상을 다 가진 것과 같은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어지간한 불행쯤이야 운수소관으로 돌리면서 견디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유독 파란이 많은 인생이 아니라면 대부분 삶의 모습이 이 범주에 속한다. 그래도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보다 가치를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이 바람이 어느 정도는 공허한 것일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어쩌면 미래에 대한 소박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면 현실 자체가 무의미해서 견디기 힘들 것이리라. 만월을 기대하는 마음처럼 소박한 희망이라면 마음에 품고 있어도 탈 날 일도 아니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이면 넉넉한 만월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는 했다. 이지러지지 않은 모습이 예로부터 풍요와 번성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른 채 동네 형들을 따라 보름달을 잘 보기 위해 마을 뒷산에 오르기도 했었다. 지금은 달을 보고 소원을 빌 일이 없지만.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의 만월이 아닐지라도 평소에도 곧잘 달에 눈길을 준다. 달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과 지상의 아득한 거리만큼이나 넉넉하다. 인간이 어두운 밤하늘을 홀로 밝히는 달에게 기대하고 살아온 시원이 까마 아득히 오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사실 달빛도 태양의 빛을 반사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만)

 달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우리 만의 풍습은 아닌 모양이다. 체코의 작곡가 안토닌 드볼작의 오페라 '루살카'에도 달에게 소원을 비는 장면이 나온다. 요정인 루살카가 인간인 왕자를 사랑하여 그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달에게 비는 것이다. 만일 왕자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루살카가 목숨을 잃게 될 형편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때문에 물거품이 된다는 인어공주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이때 루살카가 부르는 아리아가 '달에게 바치는 노래'다.  아름다운 선율에 사랑을 갈구하는 루살카의 마음이  애절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는 마음이 머무는 마음자리의 풍경이다.


드볼작의 오페라 '루살카' 중에서 '달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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