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1946년 작인 영화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는 오스카상을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음향상 후보에 올랐으니 작품성만큼은 인정받은 영화였다. 그러나 흥행에는 실패하여 오랫동안 대중에게서 잊혔던 영화이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 이 영화의 저작권이 만료되었고,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에 의해 1970년대 중반부터 성탄 시즌에 맞추어 방송됨으로써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상업 방송의 물질주의가 만연한 성탄 프로그램에 맞서 공영 방송이 편성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에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하여 건전한 가족 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고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뒤늦은 인기는 마틴 스콜세지와 같은 감독의 재평가도 있었지만 월남전으로 어두웠던 미국의 사회 분위기에 이 영화가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미국 코네티컷 주의 베드포드 폴스라는 작은 마을. 베드포드 폴스에서 태어나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조지 베일리(제임스 스튜어트 扮)는 고교 줄업 후 고향을 떠나 보다 큰 꿈을 펼치고자 했지만 아버지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가업인 주택대출 조합 운영을 위해 꿈을 접고 고향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고교 동창인 메리(도나 리드 扮)와 결혼, 자녀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주택대출 조합을 운영하면서 고향의 노동자들에게 자기 집을 갖도록 도움을 주는 일에 책임감과 보람을 찾아가고 있었다.
또한 주택대출 조합은 자본으로 마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탐욕스러운 은행가 포터(라이오넬 배리모어 扮)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지의 삼촌이 실수로 은행에 갚아야 할 자금을 잃어버리게 되어 조지는 위기에 빠지고, 이를 기회로 포터는 조합에 대출해준 운영 자금의 회수를 압박하면서 마을에 대한 자신의 야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조합의 위기를 알게 된 사람들은 예금한 돈을 찾기 위해 조합으로 몰려와 예금 지급을 요구한다.
이처럼 이중의 압박에 시달린 조지는 절망, 날마다 술에 취해 가족에게도 난폭해지고 집을 떠나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자 한다.
이때 클라렌스라는 이름을 가진 천사(헨리 트래버스 扮)가 나타나 조지에게 조지가 사라진 마을의 모습, 즉 포터에게 장악되어 삭막해진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이미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집으로 갈 것을 종용한다.
집으로 돌아온 조지에게 기적과 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지와 조합이 처한 위기에 자신의 이익을 찾았던 마을 사람들이 조합의 가치를 뒤늦게 깨닫고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조지를 돕고자 나선 것이었다.
영화 '멋진 인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를 희망이나 선함, 그리고 평등 등으로 다양하게 말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긴다는 교훈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또한 이 영화는 기독교적 이상주의, 혹은 낙관주의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칫 교훈적인 내용을 가진, 그렇고 그런 평작에 머물 수도 있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개봉 당시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평작을 뛰어넘는 것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 영화가 가진 놀라운 균형감을 들 수 있겠다.
사실 이 영화는 장르 구분이 어려울 만큼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장면의 요소요소에 코미디적인 요소가 숨어있는가 하면 멜로적인 요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지가 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게 천사라는 동화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지나치게 심각해질 수 있는 장면에서 동화적인 요소가 균형을 잡고, 역으로 지나치게 유치해질 수 있는 장면에서 바로 앞의 자살 시도 신이 있어 균형을 잡는다.
이와 같은 균형감이 따뜻한 영화의 내용과 함께 이 영화의 매력을 유지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점이 바로 이 영화가 세월이 흘러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요소인 것이다.
그리고 조지와 천사 클라렌스가 같이 하는 장면은 스크루지와 세 명의 유령이 같이 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가 영화 '멋진 인생'을 크리스마스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로 만드는 것이다.
기적같이 일어난 일이라는 영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오래 잊히고 사장되었던 영화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기적이다.
이 영화처럼 성탄절에 이런 따뜻하고 놀라운 기적이 우리에게 일어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