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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울어진 대선을 생각한다

by 밤과 꿈

다음 달에 치러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심각한 착각으로 성립된 것이기에 애당초 승패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결과가 뻔한 선거이기에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접어들어서도 김 빠진 맥주처럼 영 열기가 덜하다. 잘못된 계엄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 힘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추태(아마도 가장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를 감안하면 지금의 분위기에 이해가 간다. 이처럼 뻔한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이해가 가지 않은 몇 가지 모습이 있다.


먼저, 국민의힘이 자당의 위기를 초래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쉽게 절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잘못된 방향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윤 전 대통령이니만큼 대선을 도모할 생각이라면 서둘러 윤 전 대통령에게 출당 처분을 내렸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 적기를 놓쳤고 선거를 앞둔 정당으로서는 이해가 힘들 만큼 그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출당을 하겠단다. 여전히 국민의힘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이 썩 개운하지는 않다. 아무리 보아도 국민의힘이 계엄 정국에서 벗어나 면모를 일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결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친윤 세력들이 선거를 계기로 재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의 결과에 큰 기대가 없다는 결론에 귀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보기에도 민망했던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의 숨겨진 의도를 포함해서 생각해 볼 때 국민의힘(정확하게는 친윤)은 이미 기울어진 대선의 결과보다는 대선 이후의 당권 유지에 필생의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판단일 것이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이는 필생이 아니라 필멸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친윤의 멸족을 넘어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존재 자체가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의 괴멸은 건강한 정치 지형의 형성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 견제 세력의 부재는 독재를 낳는다. 입법부에 양당 구도가 무너질 경우의 폐해는 익히 경험한 바다.


야당으로서 집권에 근접한 더불어민주당도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 없지 않다. 법원에 대한 압박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에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입법권과 탄핵소추권을 무기로 사법부를 지나치게 압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삼권의 한 축이면서 정치로부터 독립적으로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리가 사법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사법적 판단에 정치 논리가 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정치 논리가 작동되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법관도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의 수호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법의 판단에 결부시켜서는 안된다. 생각해 보면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정치적 판단이라면 애당초 판결을 비상식적으로 미루었던 하급심에도 정치적 판단이 작동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이와 같은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입법권과 탄핵소추권을 앞세워 사법부를 압박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흔히 말하는 입법 독재라는 비난이 틀리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의 미래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도 선거의 와중에서도 대법원장의 사퇴 등 사법부의 압박을 강도 높게 외치고 있는 것은 집권 후 인사권을 행사, 사법부를 자기편으로 재편하고자 한다는 의심을 피해 가지 못한다.


정당이라면 모두 선거에서 이기고자 한다. 특히 대선이라면 집권과 직결되는 선거로 여야를 막론하고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선거의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누가, 어느 정당이 승자가 되든지 간에 정도를 지켜 임기를 마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정치사에서 불행한 대통령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납득하기 힘든 모습들이 실제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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