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금, 반가운 비가 내린다

by 밤과 꿈

비가 내린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를 경험하고 맞이하는 비이기에 반갑기가 그지없다. 장맛비가 내리지 않으면서도 습윤한 날씨 때문에 겪어야 했던 일상의 짜증이 일순 사라진다.

아예 한 주간동안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일주일을 비와 함께 지내다 보면 그만 지금의 날씨를 타박하면서 햇살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진득하지 못한 사람의 마음도 문제지만 사람의 삶과 자연 사이의 조화가 깨지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 수도 있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사람과 자연의 부조화는 언제나 상존해 온 현상이지만 사람은, 이럴 때에는 인류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인류는 유사 이래로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고 이용하면서 문명을 일으켜 왔다. 말하자면 인류는 치수(治水)에 대한 지혜를 얻고 농경의 시대를 열어 정착, 문명사회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농경이야말로 우리를 자연과 소통케 하는 연결고리로서 먹고사는 근본 문제를 위해 사람은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사람과 자연이 갈등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사람의 잘못이란다. 마른장마 속 무더위도 우리 잘못으로 인한 기상이변의 결과라고 한다. 지금 내리는 비가 반갑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지금의 비가 또 다른 재난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래도 지금 내리는 비가 반갑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일 년 내내 눈 내리고 쌓일 일이 한 번도 없는 곳에서 성장했기에 눈보다는 비가 더 친숙하다. 뿐더러 햇살보다도 비가 더 정겹게 생각될 때가 많다. 햇살이야 늘 경험하는 자연의 모습으로 자주 그 고마움을 망각하기 일쑤다.

반면 햇살에 지칠 때쯤 우리 마음을 좇아 내리는 비가 반갑다. 내가 유독 비를 좋아하는 까닭을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오감 중에서도 청력을 자극하고 열게 한다는 사실에 비를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가 내릴 때 쏴아 하고 나뭇잎 때리고 흔드는 소리가 좋다. 양철로 만든 세숫대야를 빗방울이 두드리는 소리가 좋다. 깊은 밤 내리는 비가 창을 두드릴 때 듣는 소리가 좋다. 심지어는 빗물받이를 타고 내려온 빗물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소리까지도 좋다.

모두가 지난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기억하는 소리요 풍경이다. 지금은 단열을 이유로 자연의 소리로부터 차단된 도시의 가옥 구조가 제공하지 못하는 소리가 태반이다. 아니, 거의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 내리는 비가 반가운 것은 무더위에 지친 마음도 있지만 더불어 따라 마음에 떠오르는 지난 시절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9화여름에 읽는 책이 따로 있다